체 게바라 흉내냈나?… 북한 ‘김정은 티셔츠’ 눈길

‘신성불가침의 존재’ 최고지도자 얼굴, 티셔츠에 최초 등장
“서구식을 따라하는 맥락과 침밀감 의도로 보여”

지난 11일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음악 연주를 지휘하는 북한 지휘자의 티셔츠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얼굴이 그려져 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 얼굴이 의류에 그려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그린 티셔츠가 북한 공식 행사 석상에 처음 등장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2일 방영한 국방발전전람회 영상을 보면 이날 행사 개막식에서 애국가 연주자를 지휘한 지휘자의 흰색 티셔츠에 김 위원장의 얼굴이 흑백으로 그려진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얼굴이 의류에 찍혀 나온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그 얼굴을 대중이 입고 다니는 의류에 그려 넣는 것은 최고 지도자의 권위를 훼손하려 하는 ‘불량한 태도’로 간주해 왔기 때문이다.

간혹 외국에서는 김 위원장의 얼굴을 프린팅한 티셔츠를 판매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지만, 북한 내에서 이런 의류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이번 공식 행사 무대에서 김 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의류가 등장한 것을 놓고 북한이 일부 서구식 방식을 따라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에도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그린 티셔츠를 생산해 주민들이 이를 입고 다니는 사진을 홍보한 바 있다.

유명인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로는 쿠바 혁명의 아이콘인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티셔츠가 대표적이다. 체 게바라가 북한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김정은 티셔츠’에 영감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얼굴 그려진 티셔츠 입은 북한 지휘자.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얼굴이 담긴 신문, 사진, 교과서, 책 등은 ‘1호 출판물’로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챙기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초상화를 보호하는데 개인의 목숨을 버리는 등의 사례가 ‘미담’으로 소개될 정도다.

실제 북한 매체는 지난 2003년 9살 소녀가 집에 불이 나자 불 속에 뛰어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구하려다가 숨진 사건이 있었다고 홍보했다.

그런 북한에 최고지도자의 얼굴을 그린 티셔츠까지 등장한 것은 그동안 신성시돼왔던 지도자의 친근감과 친밀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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