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많은데 입을 게 없다’는 당신, 이걸 꼭 봅니다

[모두가 지구의 사람들] 탄생부터 종말까지… 환경을 망치는 옷

루이비통 패션쇼에 난입한 기후변화 시위대. 파리AP/인비전=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패션쇼가 열렸다. 화려한 조명 아래 런웨이를 장식하는 모델들 사이에 현수막을 든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모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워킹을 선보였지만 곧 경호원들에 의해 제압됐다. 환경보호단체 소속으로 밝혔던 그가 들었던 피켓에는 ‘과소비=멸종’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명품 브랜드와 과소비, 그리고 환경은 무슨 상관이 있기에 그가 시위 장소로 패션쇼를 선택했을까.

옷 구매한 당신… 온실가스 배출 시작하셨습니다
소가 버려진 옷들의 합성섬유를 먹고 있다. KBS 환경스페셜 캡처.

옷은 태어나면서 버려질 때까지 수많은 물을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폐수 발생의 20%를 의류 업계가 차지한다. 게다가 옷을 위해 배출되는 탄소는 연간 120억 톤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옷을 만드는 데 쓰이는 물도 엄청나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7000ℓ에서 1만1000ℓ,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2700ℓ의 물이 사용된다. 여기에 옷을 염색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화학물질은 물을 오염시킨다. 특히 패스트패션 업계의 경우 60%가 넘는 의류에 폴리에스터를 넣는데, 이 폴리에스터를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폴리에스터를 포함한 옷 하나를 생산하는 데에는 면섬유에 비해 세 배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환경오염은 결코 옷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섬유가 포함된 옷을 세탁하면 미세섬유라 불리는 매우 작은 플라스틱이 방출된다. 한 번 폴리에스터 옷을 세탁하면 하수구로 수십만 개의 미세섬유가 들어간다. 하수구를 지나 바다로 간 미세섬유는 바다생물이 섭취하고, 플라스틱을 먹은 바다생물은 우리 밥상에 오른다. 세계자연보호연맹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약 35%가 합성섬유 제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을 막기 위해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의류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미세플라스틱 문제까지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다 입고 버려진 옷들은 소각·매립되거나 개발도상국으로 향한다. 구제옷이라는 이름 아래 재활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비율은 고작 5%다. 환경부 환경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매일 900톤 가까운 폐섬유가 태워지고 매립되고 있다. 태워지는 옷들은 이산화탄소와 다이옥신 등 각종 유해 물질을 발생시킨다. 더 심각한 것은 해당 수치에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어 버려진 옷들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생긴 헌옷의 95%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고 전 세계 기준 헌 옷 수출량은 5위인 것으로 비추어 볼 때 실질적인 의류 폐기량은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브랜드 가치가 뭐라고… 환경에 눈 감는 의류업계
패션브랜드 유니클로의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국민일보 DB.

옷을 버리는 이유는 해짐, 사이즈 변화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이유는 따로 있다.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는 이유로 유행하는 옷을 샀다가 넘치는 옷장을 감당하지 못하고 멀쩡한 옷들을 버리는 경우다. 유행에 맞는 옷이 없을 때마다 옷을 사고, 유행 지난 기존 옷들을 버리는 풍토는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패스트패션 업계들을 중심으로 소비자로 하여금 더 많은 옷을 구매하고 버리도록 부추긴 것이 큰 몫을 했다.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자라·H&M·유니클로 등은 매 시즌마다 유행하는 디자인을 반영하고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값싼 판매 가격으로 수입을 얻기 위해 빠른 상품 회전율을 지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폴리에스터와 합성 플라스틱을 과하게 사용하여 의류의 질을 떨어뜨렸고, 소비자들에게는 ‘싸게 산 옷, 한 철 입고 버린다’는 개념을 심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전략을 성공시키며 막대한 자본을 벌어들였지만 옷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환경을 파괴하는 요소들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 사이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옷을 단시간에 버리는 소비자 모두 생산·판매·폐기 전 과정에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명품 의류 브랜드도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명품 브랜드들도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매 시즌마다 새로운 옷들을 선보이면서 소비를 유도한다. 특히 명품 브랜드들은 팔리지 않은 옷들을 태우면서 온실가스 배출 주범을 자처하고 있다. 2018년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약 422억 원 규모의 팔리지 않은 의류·액세서리 등을 태웠다. 상품 가격을 깎아 재고를 처리하거나 남은 상품들이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면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의류 긍정적이지만… 그린워싱 지적도
플라스틱으로 옷을 만든 노스페이스(위)와 버섯 가죽 가방을 선보인 에르메스. 노스페이스 및 마이코웍스 홈페이지 캡처.

이런 비판을 의식한 의류 업계들은 최근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모피나 가죽 등 동물성 원피 대신에 버섯이나 파인애플 같은 바이오 원료를 활용하는가 하면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옷과 가방을 만든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버섯 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선보였고 대표적인 SPA 브랜드 H&M은 헌 옷을 가져오면 보상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친환경이 화두가 된 지금, 패션 브랜드들은 앞다퉈 비건·그린·에코·지속가능성 등 환경 관련 수식어를 내세우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기업이 환경보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업의 속내는 조금 다르다. 폐플라스틱을 옷 제작에 쓸 경우, 일반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옷과 마찬가지로 세탁 시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한다. 인조가죽을 만들 때도 폴리에스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친환경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고 계속 제품을 만들어 소비를 조장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의류 폐기물 문제까지 해결하려는 노력도 드물다.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친환경이 아님을 의미하는 ‘그린워싱’ 논란을 겪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제품을 생산할 때 어떤 섬유를 사용했는지, 해당 의류 소비가 어떤 환경오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이상 그린워싱 논란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업사이클링 등 의류 업계의 친환경 정책은 근본적으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염 캠페이너는 “폴리에스터를 사용해 의류의 질을 떨어뜨리는 기존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처음부터 내구성을 염두에 두고 지속 가능한 옷을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로웨이스트를 목적으로 설립된 다시입다연구소의 정주연 대표도 “친환경이 의류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으로 변질된 경우가 많다”며 “진정 의류 업계가 친환경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의류 소재와 제작 과정, 유통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 생각하는 소비습관… 물물교환은 어떤가요?
다시입다연구소가 지난달 25일 진행한 21%파티. 다시입다연구소 제공.

염 캠페이너는 의류 과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는 유행에 따라 신상품을 계속 구매하는 것을 지양하고 환경을 고려한 의류를 소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소비를 막기 위해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으로 중고거래를 활성화하자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염 캠페이너는 “중고거래로 나온 옷들이 100% 재활용되지 않는다”며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중고거래가 완벽히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도 마찬가지로 중고거래의 맹점을 제시했다. 그는 “중고거래는 당장의 대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옷을 구매하고 나중에 내다 팔면 된다’는 심리를 조장해 더 큰 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대표는 옷 소비를 절제함과 동시에 물물교환 및 물려입는 대안을 제안했다. 정 대표가 소속된 다시입다연구소는 옷장 속 입지 않는 옷의 비율을 나타낸 ‘21%파티’를 진행한다. 21%파티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의 의류를 교환하는데, 정 대표는 이러한 물물교환의 확산이 의류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명품 업체들과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기후변화 해결에 동참하는 ‘패션 협약’을 체결했다. 2020년 삼성패션연구소도 ‘지속 가능한 패션’의 트렌드가 강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아직은 친환경을 내세운 소비 조장 마케팅, 그린 워싱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음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친환경은 이제 사회적 책임 수준이 아닌 필수가 되었기에 좀 더 확실하고 실현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친환경에 민감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선언적인 협약,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을 넘어 정부와 기업 모두 의류 과소비를 위한 명확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은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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