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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 게임 금지된 중국 청소년들 근황


*‘취재대행소 왱’은 국민일보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독자들이 취재 의뢰한 내용을 취재해 전달합니다.

지난 9월 열린 ‘2021 한중일 e스포츠 대회’에서는 한국이 우승, 중국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5년간 리그오브레전드의 월드챔피언십 우승팀도 한국 아니면 중국. e스포츠 최강국인 이 두 나라 청소년들은 국가적 응원을 받으며 게임을 할 거 같지만 사실 상황은 정반대다. 유튜브 ‘취재대행소 왱’에 댓글로 “중국 청소년들은 평일에는 게임 접속이 금지라는데 진짜인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를 하다, 게임 강국인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특이한 공통점을 알게 됐다.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는데, 바로 60대 여성 임모씨가 ‘펜타킬’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여성이 새벽 3시 ‘왕자영요(王者荣耀)’라는 팀 플레이 게임에서 5명의 상대 플레이어를 몰살시키는 펜타킬을 했고, 이걸 캡처한 게시글이 회자된 것이다. 물론 60대 여성이라고 게임을 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 계정이 곧 차단당한 걸 보면 진짜 유저가 할머니는 아니었던 것 같다. 실제 이 내용을 업로드한 웨이보 유저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청소년들이 성인의 신분증번호를 도용해 게임에 참여하면서 60대 게임 유저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중국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특정 시간에만 게임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셧다운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말 중국의 게임 부문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서는 ‘미성년자는 금·토·일요일과 휴일에 한해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만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청소년들의 평일 게임이 아예 금지된 것이다.

평일 접속을 막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규제가 시행된 첫 주말, 접속자가 몰려 게임이 먹통이 됐다. 게임 운영 업체인 텐센트는 정확한 장애 원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중국 매체들은 전국의 청소년들이 허용 시간에 동시 접속하면서 서비스 운영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측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는 게임 접속에 성공하자 눈물을 흘리는 10대 모습이 화제가 됐다.

안면인식 등 본인 확인 절차가 강화되자 꼼수도 흔해졌다. 청소년들은 목을 꼬집어 어른처럼 목소리를 변조하거나 잠자는 부모의 얼굴을 스캔하는 방식으로 성인인증을 했다. 심지어 안면인식을 대신 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거나 불법으로 게임 계정을 판매하는 업체까지 나타났다.

게임을 둘러싼 이런 소동의 배후에는 ‘시황제’로 불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있었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학생들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지적했는데, 시 주석의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중국 정부는 8월 평일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아예 막는 초강력 규제 조치를 도입했다.

비슷한 일은 2019년에도 있었다. 시 주석이 ‘청소년 시력문제’를 공개 언급한 뒤 중국 정부는 ‘미성년자 온라인 게임 중독방지에 관한 통지’를 전격 시행했는데, 이 규정에 따라 미성년자는 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게임 이용이 제한됐다. 이용시간에도 상한이 생겼는데 청소년은 공휴일 3시간, 평일 1.5시간까지만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의 조치는 한국의 셧다운제를 그대로 베낀 듯 흡사했다. 흥미롭게도 한국 정부는 2011년부터 셧다운제를 시행하다 중국이 규제를 강화하던 무렵인 지난 8월 25일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셧다운제가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사례가 보여주듯 게임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선례가 있는데도 중국은 왜 셧다운제를 강화했을까?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강준영 교수님은 “건강에 위해를 끼치기 때문에 시간을 제한해야하겠다 하는게 첫 번째 이유고 조금 더 들어가서 보면, 중국의 게임 산업들이 특정 기업을 위주로 구성이 돼 있고 그 기업들의 영향력이 굉장히 커지고 있는데 지금 중국의 체제 특성상 공산당 정부라든지 이런 데서도 그렇게 바라는 방향은 아닙니다. 또 하나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역시 학부모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사회 안정 차원에서 그런 부분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청소년 보호라는 목표는 한국도 중국도 마찬가지. 하지만 한국 청소년들이 그랬듯 게임을 하기 위해 무리수를 동원하는 중국 청소년들을 보면 게임을 무작정 못하게 막는 셧다운제가 해법은 아닌 거 같다. 한국 정부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뒤에야 알게 된 이 사실을 중국 공산당은 대체 언제쯤 깨닫게 될까?

관련 영상은 유튜브 ‘취재대행소 왱’에서 볼 수 있다.

박진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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