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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스타벅스, 파트너 트럭시위로 채용 시스템 바꾼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역 근처 도로에 스타벅스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트럭이 서 있다. 스타벅스 파트너들은 7~8일 이틀 동안 요구사항을 담은 문구를 전광판에 내보내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스타벅스 직원들이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채용 시스템을 바꿨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1600여명을 뽑고, 임금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노동조합처럼 체계적 구심점은 없었으나 ‘트럭시위’로 절박함을 전하면서 여론 지지를 얻어 기업의 변화를 끌어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연말까지 전국 단위로 파트너(직원)를 포함해 1600여명을 새로 선발하고 근무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파트너들이 지난 7~8일 트럭시위를 벌이면서 요구했던 인력 충원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트럭시위에서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매장 관리자와 바리스타의 임금체계 개선도 검토하기로 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파트너들의 시급 차등 지급, 매장 관리자 임금 인상, 인센티브 운영 기준 등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잦은 프로모션과 신제품 론칭 행사에 대해서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TF는 이벤트 기획 단계부터 매장 파트너들의 예상 어려움을 원천 차단하고 매출을 정교하게 예측해 대응 방식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트너들에게 애로사항이 생기면 실시간 지원시스템을 통해 대응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파트너들의 휴식공간 겸 사무공간인 ‘백룸’(Back Room) 리뉴얼 작업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전체 운영 매장의 약 35% 규모인 560여개 매장에는 파트너 전용 냉장고, 전자레인지, 소파, 테이블 등이 비치된 백룸을 조성했다. 2019년 이전에 생긴 매장에는 내년까지 휴식공간 교체를 마치기로 했다. 매장 공간의 구조 때문에 확장이 어려우면 건물 내 별도 장소를 조성할 방침이다.

파트너 대표 기구인 ‘파트너행복협의회’ 위상도 강화된다. 지역별로 선출된 60명의 대표 파트너 규모를 늘려 전국 매장 파트너의 소통 창구를 다양화하기로 했다. 예산을 대폭 늘리고 권한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타벅스는 이달 안에 조직개편을 거쳐 채용을 전담하는 인재확보팀, 매장환경을 전담하는 F&E(Facility and Equipment)팀도 신설한다.

스타벅스 파트너들은 기존 노조와 선을 그으며 회사와 협의해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주축이 된 파트너들은 노조에 의존하기보다 자체적인 해결을 택했다. 이들은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서 의견을 모으고 자체 모금을 통해 트럭 시위를 벌였다.

스타벅스 트럭 시위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세간의 관심을 받자 민주노총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노동조합 결성을 권했다. 하지만 시위 주최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스타벅스 코리아는 노조 없이도 22년간 식음료 업계를 이끌며 파트너에게 애사심과 자긍심을 심어준 기업”이라며 “트럭 시위를 당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이용하지 말라. 변질시키지 말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리유저블컵에 음료 담아 제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럭시위의 기폭제가 된 것은 지난달 28일 진행된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였다. 대규모 인파가 몰렸지만 인력 충원 없이 이벤트가 진행되면서 파트너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던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점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이 모였고 트럭시위에까지 이르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벅스 파트너들의 요구사항과 요구방식은 합리적이었고 ‘비(非) 정치적’이었다”며 “여론이 이들 편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노조와 손을 잡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기업들도 노조도 이와 같은 방식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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