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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존심’ 나고야 꺾은 ‘기동 매직’…K리그 亞 2연패 가시권에

포항 스틸러스 공격수 임상협이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고야 그램퍼스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포항 스틸러스가 일본 J리그 팀을 격파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에 올랐다. 우승했던 2009년 이후 12년만이다.

포항은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8강전에서 나고야 그램퍼스에 3대 0으로 이겼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중립구장에서 단판으로 준결승 진출팀을 결정한 경기였다. 이 승리로 K리그 구단이 지난해에 이어 2연속 ACL 우승컵을 들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반면 J리그 팀은 나고야를 마지막으로 전원 ACL에서 탈락했다.

이번 경기는 포항에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포항은 앞서 조별리그에서 같은 조였던 나고야와 이미 두 차례 대결해 0대 3 패, 1대 1 무승부에 그쳤다. 여기에 최근 부상으로 리그에 결장하던 골키퍼 강현무가 지난 11일 수술을 받으면서 전력에서 완전 제외됐다. 전반기 에이스였던 송민규가 시즌 도중 떠난 공백에도 잘 버텨왔지만 강현무가 결장하자 리그 4경기에서 1승 3패로 무너지는 추세였다.

예상대로 포항은 전반 동안 열세였다. 전반 33분 폴란드 출신 공격수 야쿱 스비에르초크와 료야 모리시타에게 연달아 골라인 바로 앞에서 슛을 내줬으나 주장 강상우의 몸을 던진 수비, 강현무 대신 골문을 지킨 이준의 선방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포항은 점유율에서 대등하게 맞섰지만 주도권을 상대에게 내준 채 문전에 좀체 접근하지 못했다.

전반 가까스로 상대 공격을 버텨낸 포항은 후반 반격을 날렸다. 후반 9분 코너킥 기회에 이은 상대 문전 혼전 상황에서 이승모의 슛이 골키퍼를 맞고 옆으로 흘렀다. 이를 골문 반대편에 절묘하게 자리잡은 베테랑 임상협이 그대로 밀어넣었다. 포항이 여태 ACL에서 치른 나고야와의 3경기 중 처음 선제골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급해진 나고야가 수비를 적극 끌어올리자 포항은 상대 뒷공간을 적극 공략했다. 이 과정에서 중원 지휘관 신진호를 전진시킨 김기동 감독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 호시탐탐 침투 기회를 노리던 포항은 후반 25분 역습 기회에서 신진호가 감각적으로 한 번에 찔러준 공을 이승모가 잡아 오른발 발리슛을 휘둘렀다. 강하게 뻗어나간 공은 그대로 나고야 골망을 갈랐다.

나고야는 선제골 실점 뒤부터 포항의 흐름에 말려든 기색이 역력했다. 중원에서 전반 동안 공격을 주도했던 마테우스 카스트루를 빼고 일본 국가대표 출신인 측면 자원 소마 유키를 투입했으나 중원과 측면을 가리지 않은 포항의 전방위적 압박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포항은 후반 추가시간 임상협이 쐐기골을 넣으며 완승을 확정했다.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신진호가 감각적으로 발뒷꿈치로 내준 공을 그림같은 오른발 감아차기로 반대편 골문에 꽂아넣은 골이었다. 이 골로 포항은 앞선 조별리그 0대 3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한 셈이 됐다. 이날 경기장에는 포항 원정 팬들도 찾아와 기쁨을 함께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화상 기자회견에서 “나고야는 균형이 탄탄한 축구를 하는 팀이다. 실점한 뒤 상대 수비가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지 않았나 한다”고 복기했다. 그는 “(조별리그에서 당한 0대 3 패배 때문에) 경기를 준비하며 와신상담했다.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면서 “포항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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