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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의 복수… 에너지 대란에 소비량 최대치 폭증

[에너지대란- 탄소 중립의 역습]

2019년 3월 12일 독일 쾰른 북서부 뉴라트에 있는 유럽 최대 전력 회사 중 하나인 RWE의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연합뉴스

천연가스 부족에 따른 전 세계적 에너지 대란으로 화석연료 수요가 폭증하면서 탄소 배출량 역시 기록적인 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 배출 규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등 기후변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에너지 안정적 공급에 실패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석연료 소비 2022년 최대치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간)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총 소비량이 2022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억제됐던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다가오는 겨울에 대비한 전력 수요까지 겹친 탓이다.
화석연료 수요는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했다. 영국 정유회사 BP PLC에 따르면 2019년 세계의 총 탄소 배출량은 역대 최고치인 343억5660만t을 기록했다.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한 지난해엔 6.3% 감소한 322억8410만t을 기록했다. 1965년 이후 가장 큰폭으로 감소한 해였다.
하지만 탄소배출 모니터링 단체인 카본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탄소 배출량은 정점을 찍었던 2019년과 비교할 때 1% 감소하는 데 그쳤다. 카본모니터 소속 스티븐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날씨가 추워진다면 나머지 1%도 빠르게 채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세계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이후 처음으로 중대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유럽 등은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거나 환경비용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탄소배출 감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주요 전력원을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지만 전체 수요를 감당하기엔 생산량이 부족한데다 화석연료만큼 안정적인 공급도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유럽 등에서 천연가스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친환경 에너지, 화석연료 가릴 것 없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등 최근의 위기가 발생하는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화석연료의 복수”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제프 큐리 글로벌 상품 리서치 대표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부족이 에너지 위기를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풍력, 태양광발전소 등이 과도하게 건설됐다”며 “새로운 경제는 과잉투자됐고 과거의 경제는 굶주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환경정책연구소(IEEP) 저탄소·순환경제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팀 고어는 “우리는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최근 날씨로 인해 풍력 발전량도 함께 줄어들었다는 것”이라며 “이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심화하는 추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기후변화 정책과 무관하다는 반론도 있다. 에너지 리서치업체 블룸버그NEF의 분석가 알리 이자디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는 “현재의 위기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또는 이를 추진하는 정책 때문에 발생했다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급등한 화석연료 가격과 높은 탄소배출량에 대한 합리적 해법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친환경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하기 전까진 불안정한 공급 상황으로 인해 외부 충격에 취약해지면서 전력난이나 그린플레이션(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등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니코스 차포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연구원은 “확실히 더 취약한 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공급 부족을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전환 과정에서 취약성이 증가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전문가인 티에리 브로스 파리 사이언스포 교수는 이에 대해 “화석연료의 복수”라고 지적했다.
해법 두고 갈등하는 유럽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전례 없는 수준의 에너지 요금에 직면한 유럽연합(EU)은 해법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 등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EU의 기후 정책이 에너지 가격 급등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등은 천연가스 가격과 전력 요금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개편하도록 EU에 요청하고, EU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구매했듯이 아예 EU 차원에서 천연가스를 공동으로 조달하고 전략적으로 비축하자는 구상을 내놨다. 이에 대해 독일, 네덜란드 등은 전력 시장, 탄소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 보조금, 세금 감면 등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합의가 어려운 이유는 EU 내에서도 에너지믹스(화석연료 등 기존 에너지와 친환경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에너지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체계) 수준이 회원국마다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프랑스 등에선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네덜란드, 폴란드 등 국가에선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안니카 사리코 핀란드 재무장관은 “일부 회원국은 최첨단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지만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다른 회원국도 적지 않다”며 EU 차원의 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자 독일 등 일부 EU 회원국에서 퇴출 절차가 진행 중이던 원자력 발전의 분류법에 대한 논쟁도 재점화됐다. 외국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기후변화 대처에도 용이한 ‘최고의 무기’이기 때문에 EU 에너지 분류체계에서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U집행위원회는 회원국간 심각한 의견 불일치를 이유로 해당 사안에 대한 결정을 올해 말까지 연기한 바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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