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기준 자체가 성남의뜰 맞춤 의혹…“그런 공모지침 처음”

성남의뜰 우선협상대상 선정 과정 수사
“대한민국 역사장 그런 공모지침서는 없다”
1조5000억 산은과 1500억 성남의뜰 동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검경이 규명 중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특혜 의혹의 한 축은 2015년 3월 화천대유가 속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의 불공정성 여부다. 앞서 컨소시엄 3곳의 대동소이한 사업계획 제출에도 불구하고 성남의뜰이 유독 만점(가산점 포함 1010점)에 가까운 994.8점을 얻은 사실이 드러났다. 화천대유 설립 6일 뒤 공개된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 자체가 성남의뜰 ‘맞춤형’으로 마련됐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업계가 의구심을 갖는 우선협상대상자 평가 항목 중 하나는 ‘대표사의 부동산 프로젝트금융(PF) 실적’ 부분이다. 이 항목에는 비교적 높은 70점이 배점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는 2015년 2월 공모 공고일 기준 최근 3년 내 대표사의 부동산PF 주간 실적이 7000억원 이상, 대출 실적이 1500억원 이상일 경우 70점을 준다고 밝혔다.

당시 입찰에 관여했고 최근 검경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사업자 내정 의혹과 관련해 진술한 금융권 관계자는 18일 “대한민국 역사상 그런 공모지침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7000억원, 1500억원 식으로 명쾌하게 해 두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규모나 성격이 유사한 지방공기업·지자체 공모 사업에선 PF 실적을 따지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7000억원 주간-1500억원 대출약정’ 식으로 숫자를 내걸어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은 더욱 드물다는 설명이다.

김원중 부동산학 박사도 “시행사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의 대출 실적을 더욱 크게 평가하는 공모지침서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1500억원의 대출약정을 만점의 기준으로 내세우는 것도 ‘필요 없는 평가’ ‘난센스’라고 했다. 산업은행이든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든 하나은행이든 그만 한 돈이 조달 불가능하지도 않고, 물어볼 필요도 없는 대목이었다는 것이다.



성남의뜰은 공교롭게도 1500억원의 실적을 써내 ‘턱걸이 만점’을 받았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성남의뜰은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 개발사업에서 1500억원의 대출한도 약정이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똑같이 만점인 70점이었는데 실적은 약 10배였다.

산업은행은 베트남에서의 사업을 포함해 8개 사업에서 약 1조5000억원의 대출한도 약정이 있었다고 당시 관련 현황을 밝혔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과 성남의뜰의 실적 차이는 산업은행과 성남의뜰 간의 차이에 비해 미미했지만, 점수차는 40점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서초동 꽃마을 복합시설 개발사업과 관련한 1100억원의 대출한도 약정 실적을 제출해 30점을 받았다.

산업은행과 성남의뜰에 같은 70점이 주어진 것도 잘못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사는 PF 실적 평가와 관련한 공모지침에서 “최고점수의 동일한 구간에 2팀 이상 포함될 경우, 직접 대출금액이 높은 대표사에게 가점 2점 부여”라고 밝혔다. 한 고법 부장 출신 변호사는 “지침대로 하더라도 산업은행에게 72점이 부여됐어야 한다”며 “향후 소송의 가능성도 있겠다”고 말했다.

검경은 공모지침 여러 항목이 성남의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맞춤형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공모지침 마련에는 유동규(구속) 전 공사 기획본부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정민용 변호사가 깊이 관여했다고 한다. 컨소시엄 관련자들의 조사 과정에서는 “산업은행과 메리츠는 바보였느냐”는 말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판 이경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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