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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다하지만 시간이 없다’… ‘탄소 벼랑’ 산업계 안간힘

국내 열분해 에코크레이션의 열분해 기술이 적용된 SK지오센트릭 '뉴에코원' 공장 엔지니어가 열분해유 생산 설비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뉴에코원은 에코크리에이션의 열분해 기술을 적용한 열분해유 생산 공장으로 올 11월 상업 생산을 목표로 시험 가동 중이다. SK지오센트릭 제공

기업들이 ‘탄소 벼랑’ 위에 섰다. 탄소가 수출길을 막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부터 ‘탄소 국경세’를 적용한다. 기준치를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의 탄소 감축 여하에 따라 투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탄소 감축이 생존의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철강, 정유, 화학 등 국내 산업계도 탄소배출량 저감 기술 개발 등 ‘돌파구 찾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탈탄소 기술 상용화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 탄소 감축 이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기술 개발은 시작단계이고, 기업마다 최선을 다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업을 상대로 하는 탄소 감축 압박 수위가 강해지고 있다. 블랙록, 네덜란드 공적연금(APG) 등 글로벌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탄소 감축 노력이 부족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탄소 감축을 압박하고 있다. 애플, 구글, GM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라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 산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상향되면서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 에너지집약형 고탄소 배출 제조업체는 탄소 감축 흐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는 NDC를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기존 26.3%에서 40% 감축하는 것으로 대폭 상향했다.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 공정 전환, 석유화학 원료 전환, 시멘트 연료 및 원료 전환 등을 통해 2억6050만t에서 2억2260만t으로 14.5%를 줄이는 게 목표로 설정됐다.

정유업계는 탄소 감축을 위해 정유 공정을 개선하거나, 정유사업을 대체할 미래 먹거리로 탈탄소 차세대 에너지사업에 진출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에쓰오일은 최근 삼성물산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고효율 수소 연료전지, 친환경 바이오 디젤,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 등의 생산·마케팅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여수공장 생산시설 공정 개선작업을 벌였다. 가동 원료로 쓰던 저유황 중유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액화천연가스(LNG)로 전량 대체했다.
2021 수소모빌리티+쇼 포스코그룹 부스에 전시될 '수소환원제철 모형'. 포스코그룹 제공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신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포스코는 최근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을 개최하는 등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전통적 쇳물 생산 방식인 고로(용광로) 공법을 대체한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철을 생산할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물류부문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인프라·선박 등을 공유하는 복화운송 협약도 체결했다.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 자체 조달 비율을 늘리는 등 탈탄소 발전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 산하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공기업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자체 조달한 비율은 67.3%로 지난해보다 늘어 약 7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업계도 발빠르게 기존 플라스틱 공정의 주 원료인 나프타를 대체하고 있다. 원유에서 나프타를 얻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린 케미칼 기업’을 선언한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국내 최초의 나프타분해 공정인 NCC(제1 나프타분해공정) 공정의 상업가동을 중단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울산에 열분해 및 폐페트(PET) 해중합 방식의 재활용 공장인 도시유전을 신설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여수·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 원료인 나프타 비중을 줄이고 LPG(액화석유가스) 사용량을 늘리는 원료 설비 효율화에 나섰다. LPG 설비 외에 대기오염원 배출 저감을 위한 공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6~16일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대상 업체 350곳(응답기업 126곳)에 대해 '2030 NDC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탄소중립 정책과제 우선순위 응답 결과(단위 : %).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그러나 탈탄소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탄소 감축 이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산업계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2030년까지 우리나라 산업생산의 지속적 증가가 예상되고, 우리 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획기적인 탄소감축 기술 도입이 어렵다는 점 등이 우려 요인”이라면서 “이 때문에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목표치 조정을 요청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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