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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에 살인까지…끔찍한 조회수의 정글 ‘BJ 세계’

유명 BJ와 신입 BJ 시청자 수로 권력 관계
“이 바닥서 성공하려면 복종해야”


많은 시청자를 둔 유명 BJ(인터넷방송 진행자)가 신입 여성 BJ에게 ‘합동방송’(합방)을 대가로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청자 수가 곧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초보 BJ들은 영향력 있는 BJ의 말을 거부하기 힘든 구조다. BJ 사이에서 유명세와 시청자 수가 곧 오프라인에서의 ‘권력 관계’로 연결돼 범죄 피해를 만들어낸다는 지적이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부천오정경찰서는 여성 BJ A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준강간)로 20대 남성 BJ B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검토 중”이라며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막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일 B씨 채널에서 ‘합방’을 촬영한 뒤 성관계를 강요 받았다고 한다. B씨는 인터넷 방송 진행을 통해 연 4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제 막 인터넷 방송에 뛰어든 5개월차 신입 BJ다.

BJ들은 A씨처럼 유명 BJ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강요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직 BJ C씨는 “소위 메이저 BJ와 합방을 하고 나면 시청자 수가 기본적으로 1000명 이상 급증한다”면서 “시청자 수가 결국 별풍선으로 이어져 수입이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합방 상대인 여성 BJ를 선택해 출연시키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유명 BJ에게 주어져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는 의미다.

A씨 변호인도 “남녀 BJ 사이에 형성된 갑을 관계가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 측에 따르면 B씨는 사건 당일 “이 바닥에서 성공하려면 나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본인 시청자들에게 신입 BJ를 상대로 ‘보복’을 지시하는 등 괴롭힘 행위를 한 BJ도 있다. C씨는 “무리한 요구라도 즉각 따를 수밖에 없는 건 유명 BJ들이 시청자를 상대로 일종의 ‘정치질’을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구독자를 다수 확보한 BJ가 신입 BJ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흘리면서 평판을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BJ가 여성 신입 BJ를 상대로 진행한 ‘비서 콘텐츠’ 방송에서는 만두와 식초, 까나리액젓, 꽁치, 단무지를 갈아서 먹도록 하는 영상이 노출되기도 했다. C씨는 “옷을 야하게 입으라거나 신체를 노출하라는 요구가 빈번한데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요구였어도 방송 중에는 들어줄 수 밖에 없다”며 “거절하면 사실상 BJ 생활이 끝난다”고 말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장은 “어린 신입 여성 BJ가 독자적으로 방송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영향력 있는 BJ가 부당한 요구를 강조하면 거절하기 어려워진다”며 “여성 BJ들이 성적인 코드의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서 성적 자유 의지까지 내버린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요구는 살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노출 방송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20대 여성 직원을 살해한 40대 남성 BJ 오모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오씨는 대부업체에서 대출 받은 1억원가량의 빚을 방송 수익으로 갚으려 했지만 실패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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