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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후견인은 사회복지사 안돼’ 조항에…법원 “후견 종료하라”

20대 장애인에 “한정후견 종료하라”고 결정


한정후견을 받는다는 이유로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게 된 20대 장애인에 대해 법원이 “한정후견을 종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장애인단체에서는 현행법상 장애가 사라지지 않는 한 후견 종료 판단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은 경계선 지적 지능 장애(지능지수 70~85)를 갖고 있는 김모(27)씨의 후견인이 낸 한정후견 종료 신청을 최근 인용했다. 한정후견은 장애나 치매 등으로 일상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후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다.

김씨는 사기와 협박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지난 2018년 법원에 한정후견 개시를 신청해 피한정후견인이 됐다. 이후 김씨는 자신처럼 어려운 일을 겪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사회복지사 전문학사 학위를 딴 김씨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법이 정한 사회복지사 결격사유에 ‘한정후견을 받고 있는 자’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꿈이 좌절됐다. 사회복지사업법 제 11조2항에 따르면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은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다.

김씨 측은 피후견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6월 가정법원에 한정후견 종료를 신청했다. 또 후견 종료 사유를 ‘후견 개시 원인이 소멸했을 때’로 정하고 있는 민법 14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법원에 신청했다. 장애인의 경우 장애가 사라져야 후견을 종료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차원에서였다. 장애인단체에서는 “장애인의 경우 죽어야만 후견이 종료되는 것이냐”는 말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법원은 기록 검토와 심문을 거쳐 “한정후견 개시 원인이 소멸됐다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씨 측 대리인은 “법 조문으로만 따지면 후견 종료 결정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김씨가 사회복지사 전문학사 학위를 딸 정도로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재산관리도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재판부가 더 이상 후견이 필요 없다고 판단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법관은 “경증 지적 장애인이나 뇌출혈 후유증 등으로 후견을 받게 되는 경우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의사의 진단으로 입증되고 본인 심문에서도 확인된다면 후견 종료가 결정될 수 있다”며 “민법 14조에 적힌 후견 종료사유가 반드시 장애의 소멸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후견인의 의사 능력이 회복됐다면 법원이 후견 개시 여부를 다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씨 측은 후견 종료 결정을 받아낸 것과 별개로 18일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피후견인은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도록 한 사회복지사업법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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