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도발’ ‘규탄’ ‘대화 제의’ 핑퐁게임 속 종전선언 논의


국제사회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일제히 규탄하며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다. 특히 한·미·일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이 외교적 관여를 지속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정부는 다만 이번 도발이 ‘전제조건 없는 대화 촉구’ 등 미국의 외교적 관여 기조의 틀을 깨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미국 역시 북한 도발을 비판하면서도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 구체적인 문안에 대한 법률적 검토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 도발 규탄하지만, 대화하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다수 결의안 위반이자 역내 위협”이라며 “북한은 더 이상의 도발을 자제하고,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에 나서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이번 발사는 대화와 외교의 시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최근 발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 지도부에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 의무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거듭 촉구해 왔다”고 말했다. 하크 부대변인은 “계속해서 남북한 관리 등에게 외교적 관여를 권장하고 있다. 유엔은 모든 당사자가 합의하면 회의실을 제공할 의향이 있지만, 지금은 발표할 만한 게 없다”고 했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은 이날 오전 워싱턴에서 협의를 갖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 뒤 공조 필요성을 확인했다.

노 본부장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일 협의 때 각 측은 이번 발사 등 최근 한반도 상황 평가를 공유했다.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앞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세 사람이 한반도 현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긴장 완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김 대표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규탄을 강조했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언급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한·미·일 협의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외교적 관여 방안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런 상황이 자꾸 생기는 게 북한과 관여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결국 대화와 외교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도발이 “(외교적 관여 기조) 큰 틀을 바꾸는 사건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이를 규탄하면서도 대화제의를 반복하며 서로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과 북한은 (현재) 서로 상대방 코트에 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서로 자기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상대방이 반응을 보이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선언 대비한 전략게임
한·미 당국은 종전선언 논의를 대비해 관련 문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 당국은 종전선언이 채택됐을 경우 구체적 문안이 미칠 파장에 대해 법률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는 이를 위해 상당수의 법률가를 투입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종전선언과 관련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계기로서 상당히 유용하다는 한·미 간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성명 채택 시 어떤 영향이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는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주 성 김 특별대표가 서울에 오는 것도 미 정부 논의 결과를 갖고 우리 측과 다시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도발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이중잣대’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언급한 것도 향후 협의가 시작됐을 때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종전선언에 대한 호혜적 조치로 북한이 주한미군이나 전략무기 철수 주장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적극적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동아시아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이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바이든이 한국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올리며 “(바이든 행정부의) 모호한 현상 유지가 우발적 충돌 등 가능성을 높여 미국 이익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워싱턴은 한국 제안을 시급하고 진지하게 고려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선임연구원은 “(종전선언) 협의는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 이행 전 이뤄진다”며 “긴 과정이 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은 종전이 장·단기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와 관련한 위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에 맞서 미국이 한반도 핵 억지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부르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 국방분석관은 내셔널인터리스트(NI) 칼럼에서 “증가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맞서 적절한 핵무기 능력과 계획으로 뒷받침되는 추가적 핵 억제 선언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동료들은 미국이 북한의 WMD 사용에 대해 핵 보복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북한이 생화학무기 사용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은 자체 핵무기가 필요하고, 미국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의 핵 억지력 강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미국 핵무기 역할은 축소가 아니라 확대되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북 “신형 SLBM 잠수함서 발사 성공”…김정은 참관 안해
백악관 “北 미사일 규탄…조건없이 만나자는 제안 여전”
한미일, 北미사일 우려에도 “대화 속히 재개해야” 한뜻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