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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팀은 주식으로 치면 ‘가치주’죠”

[인터뷰] 프로게임단 농심 레드포스 오지환 대표
“자생 가능한 국내 첫 스포츠단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농심이 e스포츠에 눈을 돌린 건 우연이 아니다. 1980~90년대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아 30여년간 ‘신라면’ ‘너구리’ 등 단단한 수익원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농심은 미래의 핵심 투자처를 잘 알고 있었다. 농심은 지난해 말 ‘농심 레드포스’라는 e스포츠팀을 창단했다. e스포츠는 현재 10~30대 청년층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9일 국민일보 사무실에서 만난 오지환 레드포스 대표는 ”명확한 성장성을 가진 팀을 꾸려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 미션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레드포스의 전신인 팀 다이나믹스 리그 오브 레전드(LoL)팀을 1부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로 승격시키고 스폰서십 유치, 프랜차이즈 심사 통과 등을 도맡아 한 인물이다. 오 대표는 현재 국민일보 e스포츠 유튜브 채널 ‘KMIB-G’의 토크 프로그램 <롤대가리>에서 고정 출연자로 활약 중이다. 그에게 LCK 프랜차이즈 테두리 안에서 한 해를 보낸 소회를 들었다.

-농심 레드포스를 한 해 동안 이끈 소감은 어떤가.
“지난해 준프로팀으로 출발해 ‘1부 리그에 올라갈 수 있을까’로 가슴 졸이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덧 프랜차이즈에 입성해 1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다. 꿈같고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 업계에선 저희 팀이 어리숙하고 일면 운이 좋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하신 걸로 안다. 결과적으로 농심이라는 큰 기업이 스폰서로 들어오고 프랜차이즈 가입을 심사한 라이엇 게임즈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줬다. 자신감 있게 표현하면, LCK 프랜차이즈 전과 후의 가장 큰 차이는 농심 레드포스라는 팀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유의미한 성적을 내고 특별한 팀 스타일, 그리고 팬 지향적인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뜻깊은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 싶다. 함께해준 농심을 비롯해 팀 프론트, 선수단에 감사한 마음이다.”

-프랜차이즈 전후로 대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알려졌듯이 팀들은 가입비 100억원 이상을 내고 들어왔다. 이제는 단순 게임대회가 아닌, 전통 스포츠 리그와 같은 규모의 대회를 운영하게 된 게 가장 큰 차이가 아닌가 싶다. 팀별로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고, 프로 스포츠산업으로서 프로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팀들이 운영상 갈피를 잘 잡아야 할 시기 같다.
“지금 시점에서 성적과 사업 조직의 밸런스가 매우 중요하다. 팀 성적이 잘 나오지만 팀 운영의 역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산업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성적은 안 나오는데 투자금이 늘면 결국 마이너스가 반복되는 구조가 된다. 밸런스가 무너지면 두 측면에서 도태될 수 있는 시장 환경이다. 이런 이유로 저희 팀이 당장 슈퍼팀, 드림팀을 만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스타 군단을 만든다고 해서 그를 소화할만한 조직력이나 팀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팬 친화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무색무취의 팀이 되지 않고, 화끈하게 매운 팀 스타일을 올해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프로 선수들도 우리 팀을 선호하는 근거가 될 거라 본다.
올해 긍정적인 마케팅 효과를 봤기 때문에 한 단계 나아간 투자를 할 거란 약속은 드릴 수 있겠다. 이적 시장은 정가의 선수를 사는 게 아니라 변수가 많다. 쉽지 않겠지만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스토브리그에 접근하려고 한다.”

농심 레드포스 선수가 승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LCK 제공

-농심이 스포츠에 이렇듯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거인’을 설득한 포인트는 뭔가.
“농심은 바둑대회나 국가대표 축구팀을 간접적으로 투자하긴 했지만 이렇듯 농심 레드포스라는 팀을 창단해 운영하는 건 의미가 다르다. 직접적이고 주도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는 거다. 농심과의 인수 미팅 당시를 소개해 드리자면, 제가 ‘30년 만에 프로야구가 새로 생긴다’는 비유를 했다. 30여 년 전 정부 주도로 대기업이 참여해 프로 야구팀이 생겼다. 당시 들어간 삼성, 두산, LG 등은 오늘날 호감 있는 브랜드 기업이 되었다. 스포츠 마케팅이 효과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마찬가지로 30년이 흐른 현재, 바뀐 세대가 가장 관심 있는 ‘제2의 야구’가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하고 이후 슬롯이 완전히 닫힌다고 미팅 때 농심측에 말씀드렸다. 농심에선 그런 브랜드적 효과에 주목한 거 같다. 젊은 층에 친숙해질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지금도 많이 강조하고 있다. 농심이라는 기업의 스타일을 입혀 화끈한 한타, 매운맛 나는 게임 등의 이미지가 자리 잡은 건 매우 긍정적이다. 팬 친화적인 마케팅으로 팬덤도 적잖게 구축됐다. SNS팬 팔로워 규모가 7배 가까이 늘었고, ‘피넛’ ‘덕담’ 같은 스타 선수들도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올해 레드포스에서 기성 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연간 회원권을 도입한 게 굉장히 인상 깊었다. 다른 팀들도 벤치 마킹을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
“연간 회원권은 올해 가장 강력하게 추진했던 아이디어다. 프랜차이즈로 변모하는 시기에 가장 어울리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처음 50명을 모집하며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까’ 싶었는데, 막상 뚜껑을 여니 굉장히 큰 관심을 받았다. 내년엔 더 많은 콘텐츠를 담고 회원 인원 규모도 늘리는 충분한 근거가 됐다. 물론 멤버십에 관한 만족도는 50점이 안 된다고 본다. 완벽히 준비된 거보다, 최대한 팬들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가격도 그만큼 저렴하게 책정했다. 플레이오프 진출 후 간식 패키지를 보낸다거나 멤버십 전용 온라인 팬미팅 등으로 회원권을 ‘찍먹’ 해본 게 올해 포인트다. 회원권이 팀의 스토리를 따라가며 좋은 성적을 내면 더 좋은 보상을 나누곤 했다. 내년엔 전문 업체와 협력해 더욱 전문화할 예정이다. 브랜드는 결국 충성도 높은 팬들이 주도한다는 확신이 있다. 무엇보다 코어 팬이 만족할 수 있는 팀이 되어야한다는 게 우리의 핵심 가치관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 운영 방향성은 무엇인지.
“인기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게 우선이다. 그 브랜드를 만드려면 성장성이 뒤따라야 한다. 농심의 후원을 바탕으로 기반을 안정화하고 국제대회에 나가는 걸 단기·중기 차원에서 꼭 이뤄야 할 목표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자생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농심의 브랜드로서 기능도 하겠지만, 동시에 스포츠 사업 측면에서 많은 것들을 시도할 수 있다. 한국에는 롯데 자이언츠, 전북 현대 같은 좋은 팀들이 많다. 하지만 좋은 스포츠 기업이 있느냐 하면 의문부호가 달린다. 사업으로서 자리 잡으려면 충분한 수익 모델을 구성하고, 당장이 아닌 내년, 그 이후를 바라볼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과열 투자 경쟁에 뛰어든다든지 방향성 없이 매년을 지루하게 보내선 안 된다. 명확한 성장성을 가진 팀을 꾸려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 미션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이는 저희 팀 조직원과 항상 공유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주식으로 비유하면 단기 테마주보다 장기 투자주, 가치주가 되고 싶다.”

-‘이제 시작’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팀 같다. 내년 방향성을 얘기해 달라.
“저희가 성적으로든 운영으로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오롯이 팬들 덕분이다. 냉정한 비판부터 칭찬까지 많은 이야기를 듣고, 느끼고 있다. 팬들이 있기에 팀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거다. 올해 한 페이지를 만들어 주신 팬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하고 싶었다. 내년에도 실망시키지 않고 팬 친화적인 운영 방침으로 최선을 다 하겠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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