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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10억으로 투기 봉쇄?…“징벌적 손배로 싹 잘라야” [이슈&탐사]

[LH 투기사태 그후] <4·끝> 미완의 투기 방지책


“국민들이 강력한 투기이익 환수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법 시행 전 취득 재산 몰수 규정에 대한 소급 적용이 필요합니다.”(2021년 3월 16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재 수사 중인 사건만이라도 소급 적용해서 강력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같은 날 천준호 민주당 의원)

지난 3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를 막기 위해 제안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머리를 맞댔다. 일부 여당 의원이 법의 소급 적용을 주장할 정도로 국회 입장은 강경했다.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으로 정부를 성토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국회는 ‘LH 5법’을 추진했다. 투기에 가담한 LH 직원의 처벌을 강화하는 4개 법안이 두 달도 안돼 신속하게 처리됐다. 부동산거래분석원 등 시장감시기구를 신설하는 법안(부동산거래법 개정안)은 아직 계류 중이다. 새롭게 탄생한 법은 제2의 LH 집단 투기 사태를 막을 수 있을까.

미공개정보 공유하면 처벌

3월 개정된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앞으로 업무상 취득한 비밀(미공개정보)을 활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경우 최대 1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정보를 제공한 사람도, 이를 받아 활용한 사람도 모두 처벌 대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지역본부 건물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법도 개정돼 LH 임직원은 퇴직 후 10년간 미공개정보를 부동산 거래에 활용할 수 없다. LH 투기 사태에서 현직뿐 아니라 전직도 투기에 연루된 점이 반영됐다. 앞으로 미공개정보를 부동산 거래에 활용해 50억원 이상 이익을 얻으면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형을 받게 된다. 부당하게 취득한 재산상 이익은 모두 몰수 또는 추징된다. 징역과 벌금이 동시에 부과될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도 바뀌었다. LH 직원은 재산을 등록하고 부동산 취득 일자와 경위, 소득원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부동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거나 관련 정보를 취급하는 공무원, 공직 유관단체 직원도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LH는 자체적으로 보유 부동산 등록시스템을 구축해 지난 5월 10일부터 가동했다.

4월 개정된 이해충돌방지법에는 ‘공직자는 직무수행 중 얻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과 ‘이를 제3자에 공유해 이익을 취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공직자가 소속기관의 퇴직자와 골프, 여행 등 사적 접촉을 하는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내년 5월 19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은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 200만명에 이른다.

여전히 남은 투기의 구멍

개정된 법은 강력해 보이지만 빈틈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공공주택특별법은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경우 최대 10억원의 벌금을 물게 했는데, 무엇을 미공개정보로 볼 것이냐는 새로운 논란이 될 수 있다. 광명 노온사동 집단 투기의 경우 검찰은 LH 전 부장대우 정모(58)씨가 ‘LH 주도로 광명을 개발한다’는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정씨 변호인은 통상적인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수준의 정보라고 반박한다. 개정된 법은 ‘미공개정보’를 ‘자산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 여부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이라고만 정의했다.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과천의왕사업본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한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개발에 관한 정보는 ‘저곳에 땅을 사면 오른대’처럼 단순한 경우가 많아 인멸하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서성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투기혐의자가 사전에 증거를 인멸할 경우 입증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씨의 동서 김모(54)씨, 정씨의 아내 등은 정씨와의 대화 내용이 담긴 휴대폰을 교체하거나 폐기했다.

LH 직원, 관계기관의 공무원 재산등록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LH 직원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부동산 정보를 등록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 LH 직원 처제의 시누이, 매제의 누나, 7촌 당숙, 초등학교 동창이 땅을 샀다. 투기하려고 마음먹으면 재산등록 시스템은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법도 공직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참여연대는 지난 8월 ‘LH 투기 사건 어디로 가고 있나’ 토론회에서 “사적 이해관계자 정보를 신고만 하도록 하고 고위공직자의 민간영역 활동내역 공개 여부를 소속기관장 재량에 맡긴 것은 외부 감시를 제약한다”고 평가했다.

“더 강력한 징벌적 처벌 필요”

LH는 지난 3월 말 조직혁신 방안으로 조직분리 계획 3가지를 제시했다. 정부는 그중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토지 부문과 주택 부문을 합쳐 자회사로 운영하는 수직 분리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회사의 개발사업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모회사가 배당 형태로 회수해 주거복지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청년진보당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규탄 스티커가 LH 서울지역본부 출입문에 붙어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조직분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토론회에서 “배당이라는 명시적 형태의 환수과정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였다”면서도 “자회사는 사실상 별도의 회사인데 모회사가 자회사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모회사 자회사 분리보다는 토지주택은행을 전면에 내세운 개편이 필요하다”며 “주거복지, 기금, 개발업무 등을 수행하는 기관을 각각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4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LH 수직 분리 방안과 인력을 2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제출했다. 위원회가 이를 수용하면 LH 개편은 본격 추진된다.

전문가들은 더 강력한 처벌이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당이익 환수에 추가적인 불이익을 받도록 해 투기의 싹을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충분히 환수하는 ‘회복적 정의’가 필요하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처럼 실제 취득한 재산상 이익보다 더 큰 불이익을 감당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벌금 최대 10억원은 부동산 투기로 취하는 이익에 비하면 큰 금액이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농지법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농지를 도시 개발에 사용하기 쉽게 해놓은 현행 농지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 이강훈 변호사는 “농지를 누구에게 돌아가게 할 거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슈&탐사팀 권기석 권민지 기자, 양민철 방극렬 기자 10000g@kmib.co.kr

[LH 투기 사태 그 후]
▶①[단독] LH 전현직 18명, ‘파인애플’ 회사 차리고 투기 혐의 [이슈&탐사]
▶②LH 부장 매제의 누나, 처제의 시누이까지 땅 샀다 [이슈&탐사]
▶③“투기? 증거 대라” 당당한 LH 직원… 말로만 패가망신? [이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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