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간아” 남편 10년 병수발한 70대 아내, 왜 법정에 섰나

10년간 간병하며 부부 생계 이끌어왔지만
말다툼 끝 남편 숨지게 한 혐의, 결국 유죄

국민일보DB

2년 전 남편이 쓰러졌다며 119에 신고했던 70대 여성이 남편을 숨지게 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70대 여성 A씨(72)는 남편 B씨와 2019년 10월 5일 오후 3시30분쯤 울산 북구에 있는 자택 안방에서 말다툼했다. A씨는 “야, 이 인간아”라고 하면서 남편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남편의 뺨과 눈 부위를 손으로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면서 남편을 넘어뜨린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또 넘어진 남편의 가슴과 복부를 여러 차례 차거나 밟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편은 늑골(가슴 부위 뼈)이 부러졌고, 장간막이 파열되는 상해를 입었다. A씨는 119에 신고했고 남편은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하지만 대량 출혈로 인한 쇼크로 같은 날 오후 4시56분쯤 사망했다.

A씨는 약 10년 전부터 간경화 등을 앓던 남편의 병수발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남편이 건강 문제로 일을 하지 못해 A씨가 청소 일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A씨가 남편을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수사한 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올해 초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20일 울산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현배)는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다. A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A씨 측은 넘어져 있는 남편을 발견하고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머리를 흔들고 얼굴 부위를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편을 넘어뜨리거나 가슴과 복부를 발로 차거나 밟은 적도 없다고 했다.

A씨 측은 “남편이 이전에도 크게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진 적이 있었다”며 “이번 사건도 남편이 스스로 넘어지면서 상해가 발생했을 수 있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상해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배심원단 7명은 A씨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중 4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3명은 징역 4년 의견을 냈다. 재판부도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남편과 평소 사이가 원만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남편의 친동생도 재판에 출석해 형수의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A씨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오랜 기간 혼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남편을 간호해 온 점, A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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