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 이제 그만 주셔도…” 친환경의 함정 [에코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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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옷장을 정리하다 에코백을 4개나 발견했습니다. 모두 사은품으로 받은 제품이었죠. 이미 쓰고 있는 에코백이 있는 데다 기업 로고가 크게 박혀 있어 손이 가지 않았는데요. 차마 버리기는 아까워서 그대로 보관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에코백(eco bag)’은 말 그대로 천연 소재로 만든 친환경 가방입니다. 맨 처음엔 비닐봉투를 대체하기 위한 장바구니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자리 잡았지요. 기업들은 에코백을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볍고 저렴하고, 환경을 생각한다는 안도감까지 주는 에코백. 우리는 에코백을 정말 ‘에코’하게 쓰고 있는 걸까요?

에코백 000번 사용해야 비닐봉투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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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백 열풍은 2007년 영국의 한 패션 디자이너가 ‘나는 플라스틱 가방이 아닙니다’라고 쓰인 캔버스 천 가방을 내놓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영국에선 에코백이 유행하면서 비닐봉투 사용량이 크게 줄었다고 해요. 환경도 지키고 패션도 챙기는, 일석이조 아이템이였던 거죠.

에코백 생산이 늘면서 이 가방의 ‘친환경성’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등장했습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따져보니 놀랍게도 비닐봉투 1장이 1개의 에코백보다 훨씬 친환경적이었습니다. 에코백에 들어가는 면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단계에서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했거든요. 에코백이 비닐봉투를 대체하려면 최소 131번 써야 한다거나(2011년 영국), 7100번 이상 사용해야 한다(2018년 덴마크)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다만 이런 연구들은 비닐봉투가 대부분 일회용으로 버려지고,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를 오염시키는 문제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제품이 얼마나 튼튼한지, 얼마나 오랫동안 재사용할 수 있는지 세세히 비교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요. 둘 중 ‘어느 쪽이 지속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답을 내리기 더 어렵다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가방이든 ‘재사용할수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말합니다. 비닐봉지든 에코백이든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사용해야 친환경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에코백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면, 10개의 에코백보다 10개의 비닐봉투를 재사용하는 것이 환경에 더 이로울지 모릅니다. 반대로 1개의 에코백을 수년간 사용한다면 당연히 비닐봉투를 한번 쓰고 버리는 것보다 친환경적이겠지요.

에코백 그만 주셔도 됩니다… ‘그린 워싱’ 경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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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백에 관한 관심이 늘면서 각종 행사나 전시회에 참여했다가 원치 않는 에코백을 받은 일도 늘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자’는 좋은 취지라는 건 알겠지만 고객으로선 참 난감합니다. 의류 분리배출 기사에서 다뤘듯이 섬유는 재활용이 어렵고, 로고가 있으면 타인에게 선물하기도 어려우니까요. ‘그래도 친환경 제품이니까…’라고 위안 삼기에는 이미 집에 있는 에코백이 너무 많은 게 문제입니다.

텀블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코백처럼 대표적인 친환경 제품이지만 점점 유행이나 취향에 따라 쉽게 교체하는 소모품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스타벅스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인 리유저블컵을 무료로 나눠줘서 ‘그린 워싱’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요.

이렇게 기업들의 ‘친환경’ 마케팅 앞에서도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환경을 위한 소비가 맞는지 되돌아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에코백, 원래 사용하던 텀블러. 그게 여러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친환경’ 아이템입니다. 쓰고 있는 에코백을 버리게 될 때까지 다른 에코백엔 눈길도, 손길도 주지 않기. 어쩌면 그것이 에코백을 ‘에코’하게 쓰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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