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이건희 1주기’ 이재용의 삼성, 공격경영 시험대 오르다

이코노미스트 “무자비한 면모를 발휘해야 한다”


삼성그룹이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의 1주기를 맞는다. ‘이재용의 삼성’은 본격적 시험대에 올랐다. 무자비하게 공격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자비한(ruthless) 면모를 발휘해야 한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삼성전자가 최첨단 반도체 제조 분야를 장악하려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이 나서지 않고, 품위가 있으며 통찰력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면서도 시스템 반도체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면모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1주기 추모행사는 이 부회장 등 유족과 사장단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치러질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향후 경영 방향과 관련해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1년간 이 부회장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만한 변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사상 최대치인 매출 73조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도 2번째로 많은 1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당장 눈앞 실적은 좋다. 다만 앞으로 5년 후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빌표하면서 삼성전자의 미래 청사진을 그렸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 1위를 향한 발걸음은 더디다. 삼성전자가 직접 설계하는 엑시노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4~5위권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는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서 TSMC, 인텔 등 경쟁업체는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고, 일본에서도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인텔은 미국 유럽 등에서 반도체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신규 투자 등에서 사실상 멈췄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이 ‘뉴 삼성’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사업은 적절한 시기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라인 1개당 수조원의 투자 금액이 들기 때문에 전문경영인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반도체 공급 부족,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 복잡한 외부 요인까지 맞물려 어느 때보다 빠르고 과감한 판단이 필요하다.

미국 신규 공장부지 선정, 평택공장 추가 증설 여부 등 반도체 2030 달성을 위한 의사결정이 이 부회장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다. 최근 경영진단을 마친 IM부문의 조직개편에도 이 부회장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