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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해도 글쎄…” 소극적 대처에 계속되는 공공기관 내 괴롭힘


공공기관에 다니는 A씨는 상사로부터 “밥 처먹고 와서 일을 이따위로 하냐”는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상사는 다른 직원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욕 한 것을 포함해 10여차례 욕설을 반복했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 탓에 우울과 불안, 분노 증세가 점점 심해져 통원치료를 받았고 약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조차 안되는 지경에 다다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측에 상사의 괴롭힘 사실을 신고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측이 선임한 노무사는 ‘업무상 할 수 있는 발언 아니냐’라는 식으로 나무랐다는 게 A씨 설명이다. 통상 이뤄지는 주변인 조사도 없었다. A씨는 직장갑질119 측에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 괴롭다”고 토로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도 회사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낮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앙 및 지방 공공기관 노동자 26.5%가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7~14일 이뤄졌다. 이는 민간 부문을 포함한 직장인 전체 평균(28.9%)과 비슷하다. 반면 대응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라는 응답이 76.7%로 직장인 평균(72.7%)보다 다소 높았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 지난 16일 인천경찰청 소속 30대 경찰관이 동료들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뒤 숨졌다. 지난 2일에도 경기도 안성교육청 소속 공무원이 “내가 죽으면 갑질과 집단 괴롭힘 때문”이라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대응이 소극적인 이유는 고용안정성이 높은 공공부문 특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신고를 해도 (가해자)고용이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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