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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 통로된 대포폰, ‘편의점 알뜰폰’이 구멍

경찰청, 대포폰 2만여대 적발
70%는 개통 절차 간단한 알뜰폰

실제 범죄에 활용된 미끼 문자. 시중 대형 은행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안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결국 범행으로 이어진다. 경찰청 제공.

“귀하께서는 ‘회망회복자금’ 특별지원대출 신청 대상자입니다”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 1년 간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고, 이후에도 2~3%대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주의’라는 사기 방지 문구까지 들어있다. 경찰청이 24일 공개한 실제 사기 범죄에 사용된 문자 메시지다.

범죄는 이 같은 ‘미끼 문자’에서 시작된다. 대량의 문자 메시지를 살포한 뒤 실제 대출 상담 요청이 들어오면 ‘대포폰’을 활용해 금리 상담을 하며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방식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8월부터 2개월 동안 전기통신금융 사기 4대 범행수단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대포폰은 2만739대나 적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포폰 적발(1086건) 건수 보다 20배 가까이 늘었다. 대포통장 단속이 강화되면서 계좌이체 대신 ‘대포폰’을 활용한 대면 피싱 사기가 증가했다.
대포폰의 70%는 알뜰폰이었다. 편의점에서 유심칩을 구매하는 등 개통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한 개의 개인정보를 갖고도 통신사를 옮겨 다니며 여러 대를 개통할 수 있어 주된 범행 도구로 활용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불법 수집된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들의 여권번호가 개통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저금리 대출 상담 과정에서 '대출 신청서' 파일이 오고 가는데, 이 안에는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는 악성 어플리케이션이 포함돼있다. 경찰청 제공.

피싱 조직은 도용된 개인정보로 불법 개통한 대포폰을 활용해 피해자들과 카카오톡 메신저로 소통했다. 시중 은행의 사원증 사진을 보여줘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뒤 ‘대출신청서’ 파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 파일에는 개인정보를 빼낼 수 있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었다.
저금리 대출 갈아타기를 신청한 줄 알았던 피해자들은 기존 금융기관을 사칭한 이들로부터 “해지 위약금을 내야 한다. 일부를 현금으로 상환하면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게 서류 작업을 해주겠다”는 식의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려는 피해자들은 피싱 조직을 실제로 만나 현금을 건넨 뒤에야 피해 사실을 알게 되는 구조였다. 경찰 관계자는 “시중 은행을 사칭한 문자 사기를 주의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대포폰 개통을 막을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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