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이재명, 이낙연과 회동서 보기 드문 ‘낮은 자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자리를 직접 안내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시종일관 허리를 숙였다. 트레이드마크인 ‘사이다’ 기질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선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건 이 후보가 민주당 ‘원팀’을 위해 낮은 자세를 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후보의 겸손함에서 대선 승리를 위한 절박감이 느껴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에서 이 전 대표와 회동했다. 만남 장소에도 예우의 뜻이 담겼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의 자택이 있는 종로를 찾아 만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후보는 또 차담 장소에 먼저 도착해 이 전 대표를 기다렸다. 이 전 대표가 도착하자 이 후보는 입구로 나와 “대표님”하며 이 전 대표를 맞았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에게 “먼저”라며 발언권도 우선적으로 넘겼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를 “인생으로나 당의 활동 이력으로나 삶의 경륜이나 역량이나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으신 분”이라 표현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자세는 이번 회동 성사까지 살얼음판 같았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 캠프 해단식 이후 서울 자택과 지방을 오가며 칩거에 들어갔다.

이 후보가 지난 1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국정감사 이후 (이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하자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첫 통화 내용을 공개했으나 원론적 차원의 내용이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의 2차 통화 내용이 지난 21일 보도되자 양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20일 이재명 후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역할도 맡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 전 대표 측에서는 “어떤 역할도 맡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날 선 반응이 나왔다.

이 후보 측도 “사실과 다르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원했던 이 후보 측 입장에선 이 전 대표와의 회동이 절실했다. 당내 갈등이 수습됐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참모진들에게 “일이 되는 쪽으로 진행하라” “메시지를 삼가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이 전 대표를 예우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원팀 정신으로 모인다고 했을 때 누구는 기득권이고, 누구는 손님으로 모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의 역할을 논의하는 과정도 이 같은 기조로 진행됐다. 이 후보 측의 정성호 의원은 이 전 대표 측 박광온 의원과의 논의 과정에서 이 전 대표 측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 측 인사는 “우리 쪽에서 먼저 선대위원장이나 상임고문을 이 전 대표 측에 제안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맞지 않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최측근 인사가 다 내려놓고 함께 하겠다는 메시지를 이 전 대표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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