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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어플’서 총각 행세…法 “위자료 3000만원 물어라”

법원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한 불법행위”


총각 행세를 하며 ‘소개팅 어플’로 여성과 1년 넘게 교제하던 30대 남성이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법원은 형법상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됐지만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만큼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신현일 부장판사는 여성 A씨가 30대 남성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 B씨가 위자료 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미혼 여성인 A씨는 2019년 7월 소개팅 어플로 B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결혼을 전제로 한 진지한 만남이었다. 그런데 A씨는 지난해 9월 뒤늦게 B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속이고 총각 행세를 한 것에 충격을 받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데까지 이르렀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혼인빙자간음죄는 2009년 11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뒤 2012년 12월 형법에서 삭제된 탓에 형사 고소를 할 수는 없었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자신의 혼인관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A씨에게 손해배상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B씨는 반소 과정에서 A씨가 정체불명의 남성과 동행해 자신의 주거지를 찾아가 현관문에 ‘연락하라’는 쪽지를 남겼고, 부인에게 연락해 자신들의 관계를 알려줬다고 항변했다.

재판의 쟁점은 B씨의 총각인 척 한 행동이 민법상 불법행위가 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신 부장판사는 B씨의 행동은 민법상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 부장판사는 우선 “사람이 교제 상대를 선택하고 범위를 정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할 수 있고, 그중에는 상대방의 혼인 여부나 상대방과의 혼인 가능성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적극적 혹은 소극적 언동으로 허위사실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성행위를 포함한 교제 관계를 유도하거나 지속하는 행태는 기망”이라며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 부장판사는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이러한 행위에 따른 민사적 책임마저 부정될 수는 없다”며 “B씨는 A씨를 기망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고,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다”고 밝혔다.

B씨의 항변에 대해서는 “설령 B씨 주장처럼 A씨가 B씨의 혼인 관계를 인식하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B씨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또 A씨가 B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쪽지를 남기거나 B씨 배우자에게 연락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B씨의 기망행위와 그로 인한 A씨의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면, A씨 행위를 불법행위나 사회상규를 벗어난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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