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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 한라산 구상나무숲이 사라진다

국립산림과학원 실태조사에서 열매 급감 및 해충 피해 확인

고사한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 제주도 제공

2016년 정상 열매의 단면(위)과 2021년 해충이 가해한 열매의 단면(아래)

‘크리스마스 트리’의 상징인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가 해충 피해와 열매 급감으로 어린나무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상기후로 한라산 곳곳에서 고사목이 급증하는 가운데 또 다른 생육 악화 현상이 확인되면서 명확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한라산 구상나무의 열매(구과) 결실량을 실태조사한 결과 열매가 맺힌 나무가 거의 없으며 달린 열매마저도 해충 피해를 심각하게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한라산 영실지역 구상나무 45개체를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에선 15개체만 열매를 맺었고 이마저도 해충 피해가 심각했다. 평균 열매 수는 35개였다. 지난해 조사에서 27개체 중 26개체가 건전하고 평균 열매 수가 69개였던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매년 결실이 가장 양호하게 나타나는 백록담과 Y계곡, 남벽분기점, 진달래밭 등 한라산 전역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산림과학원은 이러한 현상이 봄철 이상기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수분이 이루어지는 5월 한라산 기온이 상고대가 맺힐 만큼 이례적으로 급강해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임은영 연구사는 “개화와 결실로 이행되는 단계에서 기온이 급강해 결실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다.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며 구상나무만으로 숲을 형성한 곳은 한라산이 유일하다.

1920년 미국 식물학자가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해 구상나무로 이름 붙였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서양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나무로 활용돼 왔다.

최근 10년 사이 고사율이 급격히 늘면서 201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다. 1998년 위기근접종에서 15년 만에 2단계 상향 조정됐다. 구상나무숲의 개체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는 상황임을 의미한다.

식물학계에서는 기온 상승과 적설량 감소에 따른 가뭄 등을 구상나무 죽음의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어린 나무가 잘 자라지 않고 분포 지역 간 거리가 멀어 유전자 교환에 어려움이 커 개체 수 유지가 힘든 상황이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상 기후로 구상나무숲이 감소해 온 상황에서 열매 감소와 해충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인됐다”며 “구상나무 결실량 감소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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