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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침묵 깼다”…NYT, 24년만 김학순 할머니 부고

뉴욕타임스, 부고면 절반 할애…故김학순 할머니 재조명
“20세기 가장 용감한 인물” “지속되는 유산 남겨” 평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고발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24년 만에 부고 기사를 실었다. 사진은 25일(현지시간) 지면에 실린 김 할머니의 부고 기사. 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고발한 여성운동가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부고 기사를 실었다. 1997년 김 할머니가 별세한 지 24년 만이다.

NYT는 25일자 지면에서 부고면의 절반을 할애해 김 할머니의 삶을 다뤘다. 이는 NYT가 과거 제대로 다루지 못한 주목할 만한 인물의 죽음을 재조명하는 시리즈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Overlooked No More)’의 일환이다.

NYT는 김 할머니를 “위안부의 침묵을 깬 인물”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성노예제에 대한 그의 공개 증언은 다른 생존자들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했다”고 소개했다.

김 할머니는 1991년 8월 14일 기자회견에서 처음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당시 그는 “당한 얘기는 가슴이 아파서 말도 못한다. 죽기 전에, 눈 감기 생전에 한 번 말이라도 분풀이하고 싶다”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1991년 8월 14일,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 KBS '시사직격' 방송 캡처

NYT는 “그의 강력한 설명은 일본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수십년간 부인해 왔으며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역사를 인정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김 할머니는 기자회견 6년 후인 1997년 12월 폐질환으로 숨졌다. NYT는 “그는 떠났지만 오래 지속되는 유산을 남겼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호주, 네덜란드의 위안부 생존자도 일본에 나설 수 있게 영감을 줬다”고 추모했다.

NYT는 “성범죄를 당한 여성 피해자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기보다 수치와 침묵 가운데 살도록 하는 문화 속에서 많은 피해 여성이 과거를 숨겼다”고 당시 시대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일 관계를 전공한 코네티컷대 역사학 교수인 알렉시스 더든은 “김 할머니는 20세기의 가장 용감한 인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NYT는 “그는 남은 생애 동안 일본 정부가 법적인 책임을 지고 보상하도록 요구하며 지치지 않는 활동을 펼쳤다”며 “다만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안타까움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사 말미에 김 할머니가 뉴스타파와 함께한 마지막 인터뷰 내용이 실렸다. 당시 김 할머니는 “100살이든 110살이든 살아서 내 귀로 일본 정부와 일왕의 사과를 듣겠다”고 말했다.

비록 김 할머니는 1997년 세상을 떠났지만 김 할머니의 증언은 전쟁 성범죄에 대한 논의에 불을 붙이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또 김 할머니가 처음 피해 사실을 증언한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미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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