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폭력에 맞선 목소리…영화 ‘빌리 홀리데이’

제78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영화 '빌리 홀리데이'에서 주인공 빌리 역을 맡은 싱어송라이터 안드라 데이가 노래하고 있다. 퍼스트런 제공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리네. 잎사귀와 뿌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남부의 따뜻한 산들바람에 검은 몸뚱이들이 매달린 채 흔들리네. 포플러 나무에 매달린 이상한 열매.”

빌리 홀리데이(안드라 데이)가 부르는 ‘스트레인지 프루트(이상한 열매)’가 공연장에 울려퍼졌다. 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피부색과 상관없이 각자의 상념에 잠겨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흑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극심했던 1930년대, 흑인들이 나무에 매달린 채 숨져있는 광경이 이곳저곳에서 목격됐다. ‘스트레인지 프루트’는 바로 그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홀리데이는 1939년 뉴욕의 재즈 클럽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이 노래를 처음 선보였다.

미국 정부는 홀리데이가 공연에서 이 곡을 부르지 못하게 했다. 흑인들을 선동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은 발매된 해에만 100만장이 넘게 팔렸다. 1978년 이 노래는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고, 1999년 타임지 선정 20세기 최고의 노래에 선정됐다.

영화 ‘빌리 홀리데이’는 전설적인 재즈가수 홀리데이의 무대 뒤 모습을 그렸다.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홀리데이는 10대 때 백인 남성에게 성폭행 당한 상처로 평생 고통받았다. 노래는 홀리데이가 백인에게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당대의 스타가 된 홀리데이는 그전까지 당시 흑인에겐 열려있지 않았던 카네기홀에서 공연했지만 백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탈 수는 없었다. 흑인의 목숨이 백인의 목숨과 같은 것으로 여겨지지 못하는 시대였다. 우울감에 찌든 홀리데이는 술과 마약을 끊지 못했다.

연방수사국(FBI)은 흑인 요원을 동원해 홀리데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연방 마약수사국은 “흑인과 마약이 미국을 오염시킨다”고 외쳤고, 법정에 선 홀리데이는 “난 징역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1959년 간경화로 병원에 입원한 홀리데이는 결국 체포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다.

불행한 홀리데이의 삶에도 진정한 사랑은 있었다. 바로 그를 감시하기 위해 따라다니던 흑인 FBI 요원 지미 플레처(트래반트 로즈)다. 세 명의 남편은 그를 마약에 빠뜨리고 재산을 가로챘지만, 플레처는 홀리데이가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켰다.

주인공 홀리데이 역을 맡은 싱어송라이터 안드라 데이는 이번 영화로 화려하게 스크린에 데뷔했다. 데이는 자신의 음색으로 최고의 재즈 가수인 홀리데이의 명곡 ‘스트레인지 프루트’ ‘올 오브 미’ ‘솔리튜드’ 등을 재해석하고, 홀리데이의 불운한 삶을 강렬한 연기로 재현했다. 데이는 제78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감독은 ‘프레셔스’ ‘버틀러:대통령의 집사’ 등을 연출한 리 다니엘스가 맡았다. 제91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그린 북’의 음악 감독 크리스 보워스가 참여해 음악의 완성도를 높였다. 프라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화려한 의상은 홀리데이의 비극적인 삶과 대조되며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11월 4일 개봉.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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