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인데…태국→美 수출 의료용 장갑에 핏자국이?

사용한 일회용 장갑을 염색 작업으로 둔갑시켜 수출
미국 FDA 8월에 조치…수개월 늦어 병원 유통 가능성도
피해 규모 수십억 달러

CNN 캡쳐

이미 사용된 일회용 의료 장갑을 새것으로 둔갑시켜 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과 태국 정부는 범죄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CNN은 태국 당국이 지난해 12월 의료 장갑 제조업체인 ‘패디 더 룸’(Paddy the Room)을 급습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창고 안에서는 이미 사용된 장갑을 수거해 새것처럼 염색하는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CNN은 “현장에는 이미 사용해 더러워지고 핏자국까지 있는 의료 장갑이 창고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이주 노동자들이 파란색 염료를 이용해 다시 새것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당국은 사용된 중고 장갑 상당수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에서 들어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이미 사용된 의료용 장갑을 새것처럼 염색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의료 장갑 제조업체인 ‘패디 더 룸’(Paddy the Room)을 급습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의료용 마스크, 가운, 장갑 등이 부족해지자 수입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었는데, 이를 틈타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성명을 통해 “수입 기준이 완화되면서 ‘표준 규격에 맞고 특이사항이 없는 경우’ 수입이 허용됐다”고 설명했다.

CNN은 미국 항만에 도착한 제품에 대해 직접 확인하는 검사 절차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오염된 의료 장갑이 발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무역업자인 타렉 커센도 지난해 말 200만 달러(약 23억4000만원) 어치 ‘패디 더 룸’ 장갑을 들여와 미국 내 유통회사에 넘겼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환불해줬다고 토로했다. 문제의 재활용 장갑은 모두 수거해 땅속에 매립했다고 한다.

무역업자 루이스 지스킨도 270만 달러(약 31억 5700만원) 어치를 주문했다 중고 장갑을 받았다. 장갑 수로는 8000만개, 컨테이너 28개에 달하는 양이었다. 그는 이에 올해 초 FDA에 ‘패디 더 룸’이 이미 사용한 일회용 의료 장갑을 새것으로 둔갑시켜 수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고를 했다.

그러나 FDA는 지난 8월에서야 해당 회사(태국) 제품은 검사 후 승인될 때까지 통관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스킨은 이후 태국을 찾아 자신의 수입 대금을 돌려받으려 하다가 오히려 폭행과 납치 혐의로 기소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외에도 피해 업체들은 더 있다. ‘페디 더 룸’으로부터 들여온 의료용 장갑은 2억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한 곳은 의료용 장갑의 품질이 낮거나 아예 나이트릴 소재로 만든 제품이 아니어서 병원이 아닌 호텔, 식당, 식품가공공장 등에 저가로 넘겼다고 CNN은 전했다.

한 전문가는 CNN에 “사기 규모는 이미 수십억 달러(수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불량 제품이 얼마나 유통되고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당국은 이제야 중고품과 품질이 떨어지는 나이트릴 장갑의 유통을 파악하기 시작했다”며 불법 거래의 규모로 볼 때 일부 장갑이 의료기관까지 갔을 가능성이 있어 의료 종사자나 환자에게 피해를 줬는지 분명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천현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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