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군대보다 인간 취급 안해” 20대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

유족 측 “가해자들 조속히 징계해야”
대전시 “11월 말까지 감사 완료 계획”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우석씨 어머니가 26일 대전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이씨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씨 유족 측 제공

“왕따시켜서 말 한마디 못해.”

올해 초 대전시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됐던 고(故) 이우석(25)씨는 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직장 내 따돌림 문제를 호소하던 이씨는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씨 유족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들을 조속히 징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26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살밖에 안 된 제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에 대한 징계 처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27일 이씨의 유족 측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7월 대전시 신규 부서로 이동한 후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해 왔다.

이씨는 친구에게 “직원 취급을 안 해준다” “왕따시켜서 말 한마디 못한다”는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또 “죽고 싶다” “약 쓸어담고 누웠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우석씨가 친구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이씨 유족 측 제공

이씨의 유족은 대전시청의 한 직원이 이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한 직원이 이씨에게 “아침에 과장님 자리 한번씩 보나” “서무가 과장님 챙기는 건 아시나” “예전에는 과장님 차랑 물이랑 아침마다 챙겨드렸는데”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씨는 생전 어머니와의 전화통화에서 “출근이 9시까지인데 8시 전에 와서 커피를 타라고 했다.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자 나를 완전히 싫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2시간 같이 있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고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씨는 그간 정신과 진료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하며 우울증 약물을 복용해 왔다고 한다.

이씨의 어머니는 기자회견에서 “대전시청을 다닌다고 좋아하던 제 아이가 대전시청을 다녀서 죽게 됐다”며 “아들이 힘들었던 곳이 대전시청 안이었다고 생각하니 땅을 치고 가슴을 치고 어미 된 자로서 할 말이 없다”고 호소했다. 또 “아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왕따 발언을 하는 동료들과 12시간을 같이 있어야 했다.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동료들에게 자존감을 많이 짓밟혔다”고 주장했다.

이씨 유족 측은 신속한 조사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순직 처리, 시청사 내 추모비 건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씨 어머니는 “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이기심은 버리고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시청 내에 작은 추모비를 만들어 주실 것을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이씨의 친구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이씨가 ‘혼자만 행정직 공무원이라 다른 사람들이 협조를 안 해준다.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군대보다 직원 취급도 안 해준다. 업무를 물어봐도 혼자 알아보고 해결하라는 말을 자주듣는다’고 호소해왔다”는 글을 올렸었다. A씨는 “누구보다도 밝았던 친구가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현실이 아직도 꿈만 같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대전시는 이씨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감사를 진행 중이다. 대전시는 이씨에게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다음 달 말까지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씨의 동기 및 관련 부서 직원 등을 상대로 종합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가 완료되면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