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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아닌 ‘평양시민’ 김련희씨 이야기 담은 영화 ‘그림자꽃’ 개봉

사진=엣나인필름 / 블루버드픽처스 제공

원치 않게 남한에 오게 된 평양시민이 낯선 땅에서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꽃’(감독 이승준)이 27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지난 10년간 남한에 갇혀 살아온 평양시민 김련희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김씨는 의사 남편과 딸을 둔 평양의 가정주부였다. 2011년 간 치료를 위해 중국의 친척 집에 갔다가 브로커에게 속아 북한 여권을 빼앗기고 한국에 오게 된다. 대한민국 입국 직후 북한 송환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간첩 기소와 보호관찰 대상자가 됐다. 영화에서 김씨는 “나는 여기 잘못돼온 사람이다, 고향에 보내 달라 했는데 믿지 않았다”며 “‘너 간첩 임무 받고 왔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겠다는 서약서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여기서 나갈 수 없다’고 했다”고 막막함을 전했다.

사진='그림자꽃' 예고편 유튜브 영상

김씨는 자신을 북으로 보내 달라며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김씨를 비난했다. 그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남한에 온 게 틀림없다고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빨갱이’라며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욕을 하기도 했다.

“탈북자 아닙니다. 평양시민이에요!”라고 외치는 김씨의 말은 그의 정체성을 대변했다. 자신의 의지로 북한을 떠난 게 아니기 때문에 ‘탈북자’가 아니라고 김씨는 소리쳤다. 정체성에 대한 위협만 김씨를 힘들 게 한 게 아니었다. 친구와 가족이 있는 고향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으로 그는 가슴 아파했다. 김씨는 “한 번만 내 고향 사람 만날게요. 딸 너무 보고 싶다”며 흐느꼈다.

사진=엣나인필름 / 블루버드픽처스 제공

연출은 ‘부재의 기억’으로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쾌거를 이룬 이승준 감독이 맡았다. 영화의 제목인 ‘그림자꽃’은 “본래 꽃이 가져야 할 향도 색도 없는” 그림자 같은 꽃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가족이 없는 곳에 홀로 있는 김련희씨의 쓸쓸함을 표현했다.

이 감독이 처음 이 다큐멘터리를 구상했을 때 제목은 ‘달의 바다’였다. 그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반대편 달의 표면을 일컫는 용어가 ‘달의 바다(Lunar Maria)’다. 사람이든, 사회든, 자연이든, 그 이면을 들여다보고 드러내는 것은 언제나 풀어야 할 숙제”라며 “김련희씨를 보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탈북자, 북한, 나아가 대한민국 사회의 이면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통해 김련희씨가 정말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남북은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정말 김련희씨가 살아야 할 곳은 남쪽인지 북쪽인지에 대해 묻는다. 김씨가 북한에서 왔다고 간첩 프레임을 씌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무조건적인 혐오와 비난, 반대로 점철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그림자꽃’은 한국 다큐멘터리 최초로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를 받았다. 제12회 타이완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아시안 비젼 경쟁 부문 대상,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 개봉지원상을 수상했다. 2020년 핫독스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월드 쇼케이스 프로그램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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