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꼴찌 명품’ 태그호이어 ‘대박’ 터뜨린 26살의 승부수

프레데릭 아르노. 아르노 인스타그램

스위스산 명품시계 태그호이어의 전매특허는 1초도 틀리지 않게 작동하는 레이싱워치다. 정밀하게 가공된 기계부품을 짜맞춰 동력 공급없이도 작동하는 기계식 오토매틱 시계다.

롤렉스 오메가 등 스위스 명품시계들은 수백년째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전자시계나 배터리 교체 시계는 이들 메이커에겐 싸구려로 여겨져 아예 생산조차 하지 않는다. 또 최고급 시계점이나 보석상을 통해서만 유통하는 판매방식도 절대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스위스 명품시계의 전통을 태그호이어는 지난해 모두 깨버렸다.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스마트워치, 골프장에서 골프장 거리를 알려주는 골프워치를 시장에 내놨고, 처음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온라인 판매도 도입했다.

현재 태그호이어 매출의 15% 이상이 스마트워치와 골프워치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초 도입된 온라인 판매는 올해 무려 300%이상 실적이 상승했다.

이 모든 혁신은 지난해 취임한 프레드릭 아르노(26) CEO가 해낸 것이다. 아르노는 1990년대 태그호이어를 인수해 레이싱워치의 대명사로 키워낸 아버지로부터 이 회사를 물려받았다.

태그호이어는 루이비통 크리스쳔디올 불가리 지방시 등 70여개 명품 브랜드를 망라한 프랑스 LVMH그룹의 계열사다. 아르노가 취임하기 전 태그호이어는 이 그룹 소속 명품 브랜드 가운데 매출 하위에 속했던 기업이었다.

그런데 3년만에 태그호이어는 LVMH그룹 내에서 매출 3위로 뛰어올랐다.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최신 모바일 기술의 폭발성을 잘 알고 있는 MZ세대 아르노가 태그호이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그는 사양산업인 스위스산 명품시계메이커 전체의 개혁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르노는 아버지로부터 기업을 자연상속 받는 여느 재벌2세들처럼 태그호이어를 물려받은 게 아니다. 기업합병의 달인으로 아버지는 당초 이 회사를 자녀들에게 상속할 생각이 없었다. 수익을 극대화해 다른 스위스 명품시계 메이커에 매각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 여겼지만, 넷째 아들 아르노가 경영에 참가한 뒤 능력을 발휘하자 CEO 자리를 내준 것이다.

신문은 “아르노가 프랑스 이공계 최고대학인 국립공업학교(Ecole Polytechnique)를 졸업한 수재”라며 “명품이 전통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최신기술로도 무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인물”이라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