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라면 안 왔겠지만”…‘노태우 빈소’ 찾은 5·18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

노태우 전 대통령이 향년 89세를 일기로 사망한 가운데 27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이 시작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는 27일 아침부터 밤까지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오전 10시 빈소가 마련되자 고인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가장 먼저 헌화했다. 영국 출장을 떠났던 아들 노재헌 변호사는 급거 귀국해 오후부터 조문객을 맞이했다. 고인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거동이 불편해 빈소에 나오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은 노란색 체크무늬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이명박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이 조화를 보냈다.

유가족에 이어 주요 인사들의 조문이 시작됐다. 노태우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문을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가 빠르게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사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최 회장은 10여분간 빈소에 머물며 고인을 애도했다. 이혼 소송 중인 부인 노 관장과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며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이제는 아무쪼록 영면을 잘 하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대신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유 실장은 문 대통령의 조문이 불발된 데 대해 “일정 조정을 시도했는데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이어지고 있고, 내일 아침에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차 출국이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도 빈소에 찾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대선 후보, 이낙연 전 대표 등이 빈소를 방문했다. 송 대표는 방명록에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구했던 마음과 분단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억합니다.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이 후보는 조문을 마친 뒤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한 것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명록에 이름을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이 조문했다. 이 대표는 고인에 대해 “12·12 군사반란 등에 참여했던 과가 있지만, 추징금을 납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등 전 전 대통령 일가와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씨도 빈소를 찾아 주목받았다. 박씨는 조문하러 온 이유에 대해 “만약 전두환씨가 돌아가셨다면 저는 오지 않았겠지만, 광주 학살의 만행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수차례 자녀를 통해 책임을 통감하고 용서를 구하는 말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재헌씨의 손을 꽉 잡기도 했다. 박씨는 “오늘을 기점으로 정치 세력들이 화해하고 화합하고 용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6공화국 주역들도 아침부터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의원, 노재봉·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해창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빈소를 지켰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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