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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이 돼버린 야구’…아이비리거들이 망친 MLB

AP뉴시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야구영화 ‘머니볼’은 실화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만년 꼴찌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어떻게 통계야구로 무장해 강팀으로 변신했는지 하는 내용이다.

빌리 빈 당시 오클랜드 단장은 2000년대 MLB 각 구단 단장들의 꿈이 됐다. 빈은 선수를 고를 때 타자는 타격 능력과 주루, 수비력을 보는 게 아니라 장타율과 출루율을, 투수를 고를 때 강렬한 승리의지와 투구 능력이 아니라 무조건 강속구 구사력을 보고 고른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선수 개개인을 야구하는 ‘인간’이 아닌 야구하는 ‘기계’로 보는 그의 시각으로 완성된다. 방법은 경기할 때마다 남겨지는 통계데이터를 들여다 보는 것이다. 빈은 이렇게 끌어모은 선수들을 진짜 야구선수로 대접한 게 아니라 체스판의 말처럼 여기고 사용했다.

빈의 야구철학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100년된 ‘베이브 루스 저주’를 깨뜨리고 시카고 컵스의 100년도 넘은 ‘염소의 저주’조차 무너뜨린 테오 앱스타인 전 단장으로 계승됐고, 지난해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으로 이어진다. 올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107승 신화를 이끈 파르한 자이디 야구부문 사장 등 MLB 팀 다수가 ‘빌리 빈의 아이들’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다.

빌리 빈은 실제로 야구선수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예일대와 로스쿨을 거친 앱스타인이나 명문 인문대학 툴레인대 출신인 프리드먼, 메사츠세츠공대(MIT) 출신인 자이디 등은 야구공을 잡아보지도 않은 아이비리그의 수재들이다. 대학 기숙사에 처박혀 혼자 야구통계를 전공서적 공부하듯 샅샅이 분석하던 야구매니아 ‘골방의 천재’들이 MLB를 장악해버린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이들로 인해 치고 달리고 던지며 다이몬드형 그라운드 안에서 온갖 흥분을 자아내던 재미있는 야구가 마치 커다랗고 무거운 볼이 핀을 쓰러뜨리는 볼링처럼 형편 없이 재미없어졌다는 내용의 분석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지금의 야구 주무대는 그라운드 안이 아니라 그라운드 밖이다. 단장이 그라운드 밖에 어떤 선수를 사 들이느냐가 승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감독이 강력한 지휘권과 작전권을 갖던 전통적 풍경도 사라졌다. 똑똑하지만 야구 현장 경험은 조금도 없는 단장이 직접 스마트폰으로 감독에게 이런 저런 작전을 지시한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스피드의 강속구를 구사하는 투수가 교대로 올라와 타석에 선 타자들을 볼링 핀처럼 스트라이크아웃 처리를 하고 가끔씩은 그 말도 안되는 강속구를 더 강력한 힘으로 구장 밖으로 보내버리는 홈런타자들이 올라와 공을 담장 밖으로 날려버린다.

관중들의 시선은 경기 내내 절반 이상 그라운드 안이 아니라 그라운드 밖을 살펴야 한다. 어떤 투수가 교체를 준비하는지, 어떤 타자가 홈런을 날리는지 알아내야 경기를 그나마 재밌게 볼 수 있다.

예전의 야구는 출중한 신체능력을 가진 선수들, 그런 신체능력은 없어도 온 힘을 다해 평생을 바쳐 노력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던지고 치고 달리며 끝까지 승리를 노리는 재미로 가득한 스포츠였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야구야말로 가장 미국적인, 어디에도 없는 미국정신의 산물”이라는 자부심에 가득 차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이제 이런 야구 자부심이 미국인의 가슴에서 떠나고 있다”면서 “마치 머리 좋은 천재들의 체스경기나 볼링처럼 무미건조한 이 스포츠가 미식축구나 프로농구에게 최고의 경기라는 타이틀을 내줄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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