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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바이든…고유가발 인플레이션이냐 친환경이냐

조 바이든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올해 초 살짝 고개를 들던 유가가 지난 8월부터 고공행진을 거듭할 때만해도 세계경제의 주요 주체들은 그저 일시적 현상쯤으로 여겼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진정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주요국 산업부문의 생산성이 증가해서 일어난 경기회복의 긍정적 신호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고유가 행진은 11월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진정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력·에너지란에 허덕이는 미국과 중국 유럽의 선물 석유시장은 내년치 물량까지 최고가에 거래된다.

고유가는 단지 석유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경제 전체를 인플레이션 공포에 몰아넣으며 자본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유가발 인플레이션의 암운이 몰아닥친 것에 대해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유럽 동아시아 주요국가의 급진적인 ‘그린 폴리시(친환경 정책)’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초 집권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급감하는 친환경정책을 표방하면서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의 경제정책 기조도 친환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계의 공장’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같은 뉴욕 주요 투자자본의 포트폴리오는 전부 저탄소 그린산업 분야 기업들의 주식으로 채워졌다. 뉴욕 증권가의 모토는 “전통산업에서 돈을 빼서 친환경 산업으로 돌려라”였다.

뉴욕 자본시장은 세계경제의 구조를 바꿀 정도로 엄청난 자금 동원력을 지닌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전기자동차기업 테슬라의 주가가 치솟고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신산업 빅테크기업들의 주가총액이 ‘탑 파이브’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거대자본이 이쪽으로만 쏠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와는 반대로 기계공업 중화학공업 석유산업은 투자자본의 관심권에서 아예 배제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중동산 원유를 채굴하고 가공하는 석유메이저들은 신규 자본투자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의 탄소배출 규제로 사업규모를 줄이는데 급급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고유가는 석유산업의 수축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한다. 석유 메이저들이 구조조정에 나서 인력을 대규모 감축하고 석유채굴 사업규모도 줄이면서 석유 증산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중동 산유국들이 증산에 나서려해도 원유를 퍼올릴 일손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보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와 영국 경제일간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일제히 “고유가 행진이 낳은 에너지대란이 세계경제를 인플레이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같은 내용의 분석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친환경정책을 지지해온 진보성향의 뉴욕타임스마저 26일(현지시간) “고유가 발(發) 인플레이션은 결고 단기적이지 않으며 내년 중반까지도 장기화될 전망”이라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와 집권 민주당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의 최대 공약이었던 탄소배출 감축 친환경정책을 밀어붙이느냐, 아니면 치솓는 유가를 잡고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인플레이션 장기화 전망의 근거로 전통산업에 의존해 있는 세계시장과 각국 정부의 친환경정책 드라이브 사이의 불균형을 꼽았다.

전력 화학 등 중공업에서부터 생활필수품 생산업까지 모든 영역이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정부의 정책기조가 친환경 산업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거대한 ‘시장 불균형’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전통 산업의 수요가 폭발하는데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야기된 현상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따라서 바이든 미국 행정부 뿐 아니라 중국 EU 등 주요국 정부가 해결책을 어디에서 찾느냐가 인플레이션 해소의 관건이라는 시각이다.

뉴욕타임스는 “다음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세계환경정상회의에 전세계 경제주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주요국 정상들의 의제는 당연히 인플레이션 공포해소를 위해 친환경정책 속도를 줄일 것인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내년에 치러지는 중간선거 패배는 물론 40%대에 머무는 정권 지지도를 회복할 수도 없게 된다”고도 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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