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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자른 ‘극동 할리우드’의 명맥…홍콩, ‘영화 검열법안’ 통과

중국 정부 및 사회 비판 내용 담은 영화 금지
최대 1억5000만원 벌금 및 3년 이하 징역도
1980~2000년대 영화도 검열 대상…상영 금지 전망

한 시민이 지난달 17일 홍콩의 한 영화관 앞을 지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중국에 홍콩을 반환한 1997년부터 홍콩 영화는 끝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AP뉴시스

중국 홍콩에서 정부를 비판하거나 반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 상영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홍콩 의회는 온라인 영상물에도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세기 말 ‘극동의 할리우드’라고 불렸던 홍콩 영화 산업이 더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홍콩 입법회가 ‘전영(영화) 검사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전영 검사조례 개정안은 검열관의 판단 아래 국가안보에 반하는 내용이 담긴 영화 상영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지난 8월부터 개정안 입법 절차가 추진돼 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당국은 중국 정부 비판을 포함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미화한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상영허가를 받은 영화더라도 허가를 취소할 수 있게 된다. 상영이 금지된 영화에 대해서는 비디오나 DVD 등도 배포 및 판매가 금지된다.

개정안을 위반할 때는 100만 홍콩달러(1억5000여만원) 및 징역 3년 이하의 형벌에 처할 수 있게 처벌도 강화됐다. SCMP는 “이번 개정으로 검열 기간 역시 최장 28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입법을 주도한 친중 성향 의원들은 이번 개정이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대표적 친중파인 렁메이펀 의원은 “2016년 개봉한 영화 ‘십년’의 경우 젊은이들에게 자국에 대한 증오를 품도록 유도한다. 홍콩은 이런 세력들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 ‘십년’은 2025년 디스토피아가 된 홍콩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친중성향 노조연합단체 공회연합회를 이끄는 마이클 럭 의원 역시 “미국 할리우드에도 오사마 빈 라덴이나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를 미화하지 않는 ‘레드라인’은 있다”고 힘을 보탰다.
영화 '007 북경특급'의 한 장면. 홍콩에서는 조만간 이 영화를 볼 수 없게 된다. 사진은 주인공 주성치(왼쪽)과 원영의(오른쪽)가 스크린에 나온 모습. 유튜브 캡처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난 세기 말엽을 주름잡았던 홍콩영화들은 대부분 중국 내에서 상영이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주성치가 주연을 맡았던 ‘007 북경특급’이나 양가위·정유령이 나온 ‘북경 예스마담’ 등 같은 영화들은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상영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2014년 홍콩 우산 시위 등을 담았던 다큐멘터리도 홍콩과 중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될 전망이다.

홍콩 친중 세력은 최근 영화인연합 등 단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친중 영화’를 제작하도록 하고 있다. 홍콩 예술발전위원회는 지난 7월 비영리단체인 ‘잉에치’에 70만 홍콩달러(1억560만원)을 지원하며 영화 제작을 독려했다. 케니 응워관 홍콩침례대 교수는 “영화계는 이미 창작예술의 통제하겠다는 당국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면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검열을 피해가려는 시도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세계에서 손꼽히던 영화 제작 규모를 자랑하던 홍콩의 영화산업은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중국 정부의 통제를 피해 배우와 감독을 포함한 제작 인원들이 해외로 이주한데다, 불법 복제 및 소재의 고리타분함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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