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했지만 돈은 뽑아”…제주 중학생 살해범 뻔뻔진술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 피의자 백광석(48·왼쪽)과 김시남(46). 제주경찰청 제공

옛 동거녀의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고인들이 마지막까지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는 27일 오후 3시쯤 201호 법정에서 살인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광석(48)과 공범 김시남(46)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김씨는 이날 이뤄진 피고인 신문에서 “백씨가 피해자를 허리띠로 목 졸라 살해했고, 나는 피해자 목을 조른 적이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다만 백씨가 피해자 목을 조르다가 허리띠 한쪽을 놓쳤는데 우연히 넘어지던 내가 발로 놓친 허리띠를 밟게 됐다”며 “의도적으로 밟은 것은 아니고, 경황이 없어 나중에야 허리띠를 밟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변명했다.

검찰이 “범행에 사용된 허리띠에서 김씨의 유전자(DNA)가 발견됐다”고 반박하자 김씨는 “피해자를 결박하고 나서 허리띠에 땀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장갑을 낀 손으로 닦기는 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진술에 재판부는 “경황이 없다면서 허리띠에 떨어진 땀은 용케 봤다”며 “허리띠를 밟은 줄도 몰랐다고 하는데, 말이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또 “살해할 계획이 없었는데 백씨가 피해자 목을 조를 때 왜 막지 않았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 점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답했다.

김씨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재판장이 “백씨가 범행 직후 전화로 ‘피해자를 죽였다’고 했을 때 심정이 어땠느냐”고 묻자 김씨는 “범행 현장에 같이 갔기 때문에 깜깜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이어 재판장이 “심경이 그런데도 범행 당일 백씨에게서 받은 카드에서 돈을 이체하는 등 모두 699만원을 사용할 수 있느냐”고 다시 묻자 그는 “은행이 보여서 뽑았다”는 다소 황당한 진술을 내놨다.

심지어 자신의 변호사와 재판에서 질의할 피고인 신문 문항을 공유해 미리 종이에 적어 온 답변을 재판부 앞에서 읽어 경고를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며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백씨 역시 이날 재판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진술을 했다.

백씨는 지난 5월 김씨에게 현금 500만원을 빌려줬으며, 지난 7월 12일과 16일 김씨가 운영하는 유흥주점에서 모두 490만원을 결제했다. 또 범행 이틀 전인 지난 7월 16일 김씨에게 자신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건네며 “피해자가 죽으면 내가 다 책임질 테니 내 카드를 써라. 만약 피해자가 죽지 않으면 카드는 다시 돌려줘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측은 이를 일종의 범행 대가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백씨는 “김씨와 범행을 공모한 적도, 김씨가 피해자를 살해할 줄도 몰랐다”며 “단지 김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워해 도왔던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백씨는 그러나 지난 7월 8일 자신의 동생이 여러 차례 돈을 빌려 달라고 한 요청은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잦은 음주를 했던 백씨는 이 사건 발생 무렵 지속해서 피를 토하고 급격하게 살이 빠지면서 스스로 간암에 걸렸다고 추측, 삶을 반쯤 포기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피해자 유족은 백씨 측 변호인이 재판부에 다음 공판 전까지 가족과 지인의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히자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백씨와 김씨는 지난 7월 18일 오후 3시16분쯤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 침입해 이 집에 사는 백씨의 과거 동거녀 A씨의 아들 B군(16)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은 11월 18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되며 이 재판에서 결심이 이뤄질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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