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獨)한 것들] 나는 손가락으로 옹알이를 했다

침묵의 세계가 가진 반짝임을 담은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양 손을 반짝이는 행동은 청각장애인들이 박수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양 손을 부딪혀 소리를 내는 청인과 달리 농인은 소리 없이 눈으로 보이는 박수를 사용합니다. 비록 들리지 않아도 농인들의 세상은 그들의 박수처럼 반짝거립니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스틸컷

농인은 침묵의 세계에 삽니다. 손짓과 표정으로 세상을 표현하죠. 음성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청인의 세계와 정반대입니다. 청인이 배우지 않고는 수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농인도 청인의 소통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침묵의 세계와 말의 세계는 평행선 위에서 존재하는 것 같다가도 불시에 충돌하고는 합니다. 부딪히는 두 세계 사이에 있는 사람들을 ‘코다’라고 부릅니다.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들을 부르는 말이죠.

코다는 양쪽 세계의 문화를 경험하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합니다. 음성언어보다 수어를 먼저 배워 수어로 옹알이를 했지만 침묵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부모를 뒀다는 점 때문에 말의 세계에서도 특별한 존재로 인식됩니다. 많은 코다들이 이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스틸컷

보라와 광희 남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려서부터 남매는 부모님의 통역사로 수어와 음성언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9살 보라는 은행에 전화해 빚이 얼마나 있는지, 이사 갈 집에 전화해 전세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야 했죠. 그럴 때마다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부모님을 설명했습니다. “부모님 속 썩이지 말고 잘 커야 한다.” 항상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장애인 부모를 뒀으니 착하게 커야 한다는 부담감이 남매를 따라다녔습니다. 두 세계 사이에서 남매는 일찍 어른이 됐습니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스틸컷

그렇게 두 남매는 어디에도 섞이지 못하고 살아갔습니다. 보라는 새로운 곳을 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여행을 떠났죠. 부모님과 떨어져 마주한 말의 세계에서는 오롯이 ‘이길보라’라는 사람이 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끝없이 자신을 설명해야 했습니다. 왜 부모님과 국제전화를 하지 않는지, 왜 말할 때 손동작을 많이 사용하는지. 자신을 향한 질문에 수려하게 대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말의 세계에서는 보라 자신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입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장애’라는 한 단어로 그것들을 설명해 내기에는 엄마아빠의 미세한 얼굴근육, 직관적인 문장 같은 것은 침묵을 기반으로 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보라는 카메라를 들고 부모님이 사는 침묵의 세계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스틸컷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이길보라 감독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 말미에 엄마 경희 씨가 노래방에서 김수희의 ‘애모’를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가족들은 수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죠. 장애를 가졌지만 꿋꿋이 살아간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그들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관객들은 침묵의 세계가 말의 세계처럼 완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스틸컷

이길보라 감독은 “농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것이 이야기꾼의 선천적 자질이라 굳게 믿고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든다”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지나 침묵의 세계와 말의 세계를 오가는 것 자체가 정체성이 되었죠.

이길 감독은 ‘코다 코리아’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코다 회원들에게 안도감과 소속감을 주기 위해 코다들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코다들만의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요!

나는...
① 수어의 매력을 알고 싶다
② 편견 없이 장애를 다룬 콘텐츠를 보고 싶다
③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싶다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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