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잦은 담도암 치료, 반년 더 살 수 있는 항암치료법 찾았다

1차 치료에도 진행한 담도암 환자

리포좀이리노테칸 항암제 병용 시

암 무진행 생존 5.7개월 늘어나

담도암 2차 항암치료 국제기준 반영

서울아산병원 유창훈 교수가 담도암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담도암은 국내에서 9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지만 대부분 수술이 어려운 상태로 발견될 뿐만 아니라 항암제 치료 시 1년 생존율이 약 40%로 치료가 매우 어렵다.

그간 많은 담도암 신약 임상연구가 실패하다보니 1차 항암제 치료 후에도 암이 진행된 경우 세계적으로 표준 치료법조차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의 새로운 담도암 항암제 병용 요법 연구 성과가 나와 국제 치료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팀은 1차 항암제 치료에도 암이 진행한 담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2차 담도암 항암제 단독요법과 ‘리포좀이리노테칸(Liposomal irinotecan)’과의 병용 요법을 비교한 결과, 암 무진행 생존기간이 약 1.4개월에서 약 7.1개월로 약 반 년 정도 크게 늘어났다고 28일 밝혔다.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은 암 크기가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로 생존한 기간을 말한다.

국내 다기관(서울아산병원, 해운대백병원, 울산대병원, 충남대병원, 경북대병원)이 참여해 전향적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됐고 종양학 연구 분야 권위지 ‘랜싯 온콜로지(Lancet Oncology)’ 최근호에 실렸다.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지만 우수한 연구계획을 바탕으로 의미있는 담도암 치료 성적 향상을 이끌어내, 담도암 2차 항암제 치료의 국제 가이드라인 개정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일라이자 빌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종합암센터 외과 교수는 ‘랜싯 온콜로지’저널에 “담도암 2차 항암제 치료에 있어서 기존 치료제인 ‘플루오로우라실’과 함께 리포좀이리노테칸을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임상 가이드라인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내용의 평론을 게재했다.

소화를 돕기 위해 간에서 만들어진 쓸개즙(담즙)이 이동하는 통로인 담관과 쓸개즙이 잠시 머무는 공간인 담낭을 통틀어 담도라고 한다. 담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보니 담도암으로 진단된 환자 약 3분의 2가 수술이 어려운 상태에서 발견돼 항암제 치료에 들어간다.

1차로 젬시타빈-시스플라틴 항암제 치료 후에도 암이 진행되는 경우 최근까지 국제적으로 확립된 표준 치료가 없었다. 그래서 그간 다른 소화기암에서 사용돼 왔던 플루오로우라실(fluorouracil) 항암제 요법을 2차로 시행해 왔는데, 치료 결과가 매우 좋지 않았다.

유 교수팀은 췌장암과 담도암의 종양학적 특성이 비슷한 점을 바탕으로, 먼저 담도암 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췌장암 치료에 사용돼 온 ‘리포좀이리노테칸’ 항암제가 담도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이후 1차 항암제 치료 후 암이 진행한 실제 담도암 환자 174명을 플루오로우라실 단독 요법 집단과 플루오로우라실-리포좀이리노테칸 병용 요법으로 나눠 치료했다.

평균 약 11.8개월 동안 2주마다 항암제 치료를 실시하며 추적 관찰한 결과, 단독 요법 집단의 암 무진행 생존기간이 약 1.4개월이었던데 비해 병용 요법 집단은 약 7.1개월로 5.7개월 증가했다.
또 암이 부분적으로 관해된 비율은 단독 집단과 병용 집단에서 각각 약 6%, 15%였으며,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은 비율은 약 29%, 약 50%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도암 2차 항암제로 플루오로우라실과 리포좀이리노테칸을 병용했을 때 기존 플루오로우라실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암이 현저히 늦게 진행된 것이다.

유 교수는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많은 담도암 신약 임상연구가 실패해 왔는데, 이번 연구로 생명의 마지막 문턱에 다다른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더 늘릴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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