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은 백마고지 전투서 ‘서울사이다’ 화염병으로 싸웠다

발굴된 전사자 유품 중 상표 선명한 음료수병도
북측은 여전히 공동유해발굴에 무응답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화염병. 국방부 제공

6·25전쟁 격전지였던 백마고지 일대에서 두 달간 26점의 전사자 유해가 수습됐다. 당시 화염병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음료수병도 발견됐다.

국방부는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백마고지 일대에서 지난달 1일부터 유해 발굴을 진행한 결과 26점의 유해와 5132점의 전사자 유품을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유품 대다수는 탄피를 비롯한 탄약류였지만 ‘서울 사이다’ ‘럭키’ 등 상표가 적힌 음료수병도 발견됐다. 병 바깥에 심지와 철사가 붙어 있어 화염병으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고지를 뺏고 빼앗기는 긴박한 상황에서 탄약류를 빠르게 소진하다 보니 화염병을 이용한 공격도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장감식 결과 발굴된 유해들은 다수가 국군전사자 유해로 추정된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들의 정확한 신원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정밀감식과 DNA 분석 등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백마고지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 당시 ‘무명 395고지’로 불리던 중부전선의 중요 전투지역이었다. 국군 9사단은 병력이 3배가 넘는 중국군에 맞서 열흘간 12차례의 공격과 방어 전투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국군전사자가 희생됐다.

장병들이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 일대에서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는 백마고지 지역의 개인호, 교통호 등 진지가 앞서 발굴이 이뤄진 화살머리고지 지역보다 2배 이상 깊게 구축돼 있다고 밝혔다. 유해와 유품은 약 1.5m 깊이에서 발굴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백마고지의 주인이 수차례 바뀌는 상황에서 아군과 적군 모두 포탄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진지를 더 깊게 파고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백마고지 일대 전투기록과 지형 등을 분석하는 동시에 다음 달 중순 9명의 참전용사를 초청해 현장 증언을 들을 계획이다.

군은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를 계기로 남북 공동 유해발굴을 추진했지만 북측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우리 측 단독으로 비무장지대 유해발굴 사업을 진행해왔다. 2019년 4월부터 시작한 화살머리고지 일대 유해발굴 사업에서 3092점의 전사자 유해를 수습한 바 있다.

국방부는 “남북 공동 유해발굴에 북측이 호응하도록 지속 노력하고, 언제라도 공동유해발굴을 개시할 수 있도록 제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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