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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떠넘기고 비용은 2% 떼 준 정부…허울 뿐인 지방자치


정부가 국가사무를 대거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면서도 비용은 겨우 2%만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차 국가사무 이양범위 지정을 앞두고 각 지자체가 연대해 ‘비용 정상화’에 나설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난해 1차 지방일괄이양법을 제정한 후 올해 16개 부처 소관 46개 법률에 관련한 400개 국가사무를 지자체에 위임했다. 당시 자치분권위는 약 1549억 3600만원의 이양 사무 비용을 책정했다.

서울시의 경우 219개 사무를 위임받았다. 기존 수행하던 사무가 134개, 신규 이양사무가 85개였다. 1차 위임된 사무 가운데에는 의료기관 등록 및 과태료 부과, 청소년 활동시설 등의 성범죄자 취업 여부 점검, 개발부담금 결정 및 징수, 부동산 개발업 등록 및 정보 관리·제공 같은 생활 밀접업무 등이 대거 포함됐다.

그러나 정부는 신규 이양사무 85개에 대해서만 8억 6000만원을 보전했을 뿐 기존에 있던 수행사무에 대해서는 비용을 정산하지 않았다. 이는 서울시 자체 사무이양 용역 결과(402억원)나 자치분권위 용역 결과(450억원)의 1.9~2.1% 수준이다. 2019년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서울시 이양비용 산출 및 행정·재정적 지원체제 연구’ 용역에서 이양사무 대부분이 사업비가 발생하지 않는 만큼 인건비와 경상비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402억~652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산출했다. 자치분권위 용역에 따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결과에서도 458~687억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28일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로 비용 평가 일정이 늦어지면서 이양 사무에 대한 비용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치분권위는 2차 지방일괄이양법을 준비 중인 상황으로, 전체 214개 국가 사무를 추가로 지자체에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 관련 업무가 153개에 달한다. 1차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비용이 보전되지 않을 경우 서울시민의 세금만 낭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치분권위는 지난 4월부터 2차 지방일괄이양법 관련 이양 사무 비용 추계 모형을 검토 중이며, 오는 12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자치분권위에 비용 정상화 의견을 제출하고, 현장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방 이양 사무에 대한 실질적 비용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 비용 부담 원칙이 충실히 지켜질 수 있도록 다른 시도 및 유관 기관과 공동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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