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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애인은 투표 말란 건지…선관위, ‘참정권 보장’ 미흡

인권위, 선관위 제출한 이행계획 추가 답변 요구
장애인 참정권 소극 대응으로 수차례 권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던 지난해 4월 15일 오전 대구시 달서구 용전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행계획 제출을 권고했지만 선관위 답변이 부실해 이례적으로 보완 요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선거를 5개월 여 앞둔 지금까지 선관위가 장애인을 위한 투표 지원 방안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인권위는 선관위가 지난 5월 제출한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이행계획서’에 대해 추가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인권위 권고를 받은 피감기관은 90일 내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권위는 이를 검토해 ‘수용’ 혹은 ‘불수용’ 판단을 내리는데, 이번 조치는 수용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정도로 불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측은 “인권위로부터 일부 내용 미흡을 이유로 ‘추가 자료 제출’ 요청을 받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4월 9일 발달장애인이 투표할 때 조력자 도움을 받을 수 없도록 한 선관위 조치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A씨는 “지난 4월 보궐선거 당시 선관위 관계자들이 몸이 불편한 아들과 함께 기표소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토로하며 시민단체를 통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혼란은 지난해 선관위가 발달장애인이 투표 보조를 받도록 명시한 ‘지적·자폐성 장애 포함’ 문구를 선거지침에서 삭제한 데서 비롯됐다. 인권위는 실제 투표장에서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에도 일괄적으로 조력자 출입을 막은 건 차별이라고 보고 개선을 명령했다. 선관위 측은 “권고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겠다”라는 식의 원론적 답변만 했다.

선관위는 장애인 참정권 요구에 줄곧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여러 차례 인권위 권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인권위로부터 “사전투표장에 점자투표 보조용구를 제공하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전투표는 주소지 외에서 투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국에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남정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점자투표 보조용구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는 심각한 투표권 침해”라며 “준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서라도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점자 선거공보물 개선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정보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선관위 홈페이지 등에 후보자 공보 파일을 올릴 때 이미지가 아닌 화면 낭독 프로그램으로 변환할 수 있는 텍스트로 제공하라는 취지였다. 선관위는 “점자형 선거공보를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며 권고를 일부만 수용했다.

선관위 설명과 달리 지난 4월 보궐선거 당시 제공된 장애인용 선거공보물은 상당 부분 누락되거나 아예 빠진 후보들도 있었다. 시각장애인 B씨는 “비교해보니 공약 가운데 30%가량이 누락됐다”며 “장애인용 USB 공보물도 후보 4인만 보냈다”고 토로했다. 선관위 측은 “점자 공보물은 임의사항으로 후보자가 직접 결정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인권위는 앞서 “선관위는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장애인용 선거공보물을 배포할 수 있도록 지침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인권위의 거듭된 권고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지난 4월 시민단체들은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 해결방안을 촉구했다. 남 소장은 “모든 장애인이 참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선관위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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