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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아내 사망’ 사건 무죄 남편, 보험금 소송 이긴 이유


만삭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남편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부장판사 박석근)는 28일 남편 이모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삼성생명보험은 이씨에게 2억280만원을, 이씨의 자녀에게 6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삼성생명이 이씨와 자녀에게 2055년 6월까지 매달 총 6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씨는 2014년 8월 23일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동승했던 임신 7개월의 아내는 이 사고로 24살의 나이에 숨졌다. 검찰은 이씨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아내 앞으로 95억원 상당의 보험을 가입했던 점을 근거로 이씨를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간접 증거의 증명력이 높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이씨가 사고 전 수십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탈 수 있는 보험에 추가 가입한 점 등을 근거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씨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살해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친 끝에 지난 3월 살인 및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졸음운전을 했다’는 이씨의 진술에 따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는 인정돼 금고 2년형이 선고됐다.

이씨는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보험사에 사망보험금 지급 신청을 했지만 보험사는 이씨가 맺은 보험계약이 무효라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삼성생명 측은 “이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에 들었고, 이씨의 고의로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가 가입한 보험 대부분은 사망뿐 아니라 다른 질병 치료도 보장하는 보험이고, 이씨는 본인이나 다른 가족들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도 여러 개 들었다”며 “보험 계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일부러 사고를 냈다는 보험사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사고 상황을 종합해보면 운전석에 탄 이씨 본인의 생명에도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었다”며 “아내의 사망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이런 범행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판시했다. 이씨는 다른 보험사를 상대로도 유사한 취지의 보험금 지급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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