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11월 2일 광주 계란 맞을까…빛고을 ‘가슴앓이’

이용섭 시장 ‘광주를 정치쇼 무대로 내줄 수 없다’며 무대응 무관심 무표정 3무 주문.


‘광주에서 계란 맞고 보수진영에 구애 노림수’ vs ‘2520명의 이례적 직능인 지지가 대세’.

국민의 힘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방문을 코앞에 둔 광주가 시끄럽다. 민주화 성지 광주를 ‘정치쇼’ 무대로 삼아 구태정치를 반복하려는 시도로 보는 부정적 여론과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사과를 외면할 수 없다는 호의적 주장이 맞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캠프 내부에서도 당내 경선 이전 하루라도 빨리 광주를 방문하자는 의견과 야권 후보로 본선에 당당히 진출한 후 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시각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직접 ‘광주 땅’을 밟는 유리한 시점과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여부 등을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캠프 광주선거대책위 송기석 공동위원장은 “윤 후보가 11월 2일 광주를 방문해 ‘전두환 발언’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송 공동위원장은 판사출신으로 20대 국회의원(국민의 당·광주 서구갑)을 지냈다.

그는 “윤 후보가 절대 계란을 억지로 맞으러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며 “광주에 내려와 어떻게 사과할 것인지, 어디를 방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전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후보가 광주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광주방문은 다음 주(11월 5일) 국민의 힘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한 데 따른 반박이다.

이 시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어느 분 표현대로 하면 (윤 후보가) 계란을 맞고 봉변 당하러 오는 것인데 광주 정신은 나눔과 연대의 통합 정신“이라고 광주 방문을 경계했다. 광주에서 탄압받는 모습을 보여 보수 진영을 결집하려는계산이라는 정치적 해석도 덧붙였다.

그는 광주에서는 이미 윤 후보가 광주를 찾더라도 물리적 충돌은 피하고 무대응·무관심·무표정의 ‘3무’로 침묵하자는 시민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광주 민심’을 전했다. 진정 어린 사과가 없는 정치쇼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는 지자체장으로서는 보기드문 맹공도 펼쳤다.

이 시장은 앞서 25일에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를 정치쇼 무대로 내어줄 생각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광주 방문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림수’에 대한 광주시장의 거듭된 경고인 셈이다.

하지만 윤 후보를 지지하는 광주 민심의 흐름도 만만치 않다. 호남지역 직능인 2520명은 28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의료, 법조, 중소기업, 자영업,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성명서에서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상황판을 날마다 보여주며 수 십 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서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 했으나 5년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더 팍팍해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LH 직원들의 땅 투기, 수백만원으로 수천억을 만들어내는 대장동 투기 등 국민을 허탈하게 만드는 온갖 투기 사건 등 하루가 멀다하고 국민의 울분을 만드는 일들로 국가가 총체적인 위기에 처했다”며 “공정과 상식, 양심과 소신을 지닌 지도자는 윤석열 예비후보이기에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로남불의 정치를 타파하고, 자기 식구만 감싸고도는 진영의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며 “일자리와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국민만 바라보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현 정부와 대립 각을 세웠다.

기자회견에는 조기선 변호사(법률), 이정희 원장(의료), 김정섭 이사장(의료), 민인선 대표(건설), 현중순 원장(전통), 김순옥 교수(교육), 임한필 대표(문화예술), 오태호 이사(의료), 기도우 강사(음악), 김미란 관장(체육), 문주하 대표(자영업), 최인기 대표(자영업), 장훈남 대표(보험), 김병천 대표(부동산) 등이 참여했다.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한 광주지역 직능인 명단은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 대선 출마 후보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지역 정치꾼들의 정치적 지지나 중량감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에서 “전두환 (전)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있다”고 광주시민의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윤 후보 진영의 헛발질도 이어졌다. 이들은 해당 발언에 거센 비판이 쏟아진 이후에도 ‘사과는 개나 주라’는 의미를 연상케하는 인터넷 SNS 게시물을 올려 다시 한번 파문을 일으켰다.

공천권과 정권탄생의 지분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권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국민캠프 광주선거대책위는 이날 4선 의원을 지낸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의원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김 전 의원의 지지가 성사되면 기존 광주 선거대책위 송기석 공동위원장과 중앙캠프 대외협력 특보를 맡은 김경진 전 의원(20대 무소속·광주 북갑) 등 2명을 포함해 광주지역 전직 국회의원 4명이 윤석열 지지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국회부의장 등을 지낸 박 전 의원은 16대 총선에서 전남 보성·화순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돼 4선의 연륜을 쌓는 동안 4번 구속됐으나 모두 무죄를 선고받는 진기록을 세운 정계의 풍운아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광주 광산갑에서 당선된 이후 옛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지내는 등 4선을 했으나 민생당 후보로 출마한 21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문제는 11월 5일 국민의 힘 최종 경선을 불과 2~3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이 어떤 정치적 득실로 이어지느냐는 것이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윤 후보가 광주에서 ’천대’를 받느냐 ‘환대’를 받느냐에 따라 정치권의 풍향계가 급격히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건드려봐야 좋을게 없다. 윤석열에게 떡 하나 더 주는 꼴이다. 전두환에게 줄서고 광주를 등진 윤 후보 진영을 잔칫집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광주가 품이 넓은 도시라는 걸 보여줘여 한다. 전두환의 군홧발과 총칼에 쓰러진 5월 영령 앞에서 진심으로 사과하도록 해야 한다. 부끄러운 줄 깨달아야 한다”

과거 선거의 고비 때마다 국민적 여론의 향배를 가름해온 민주화의 도시 광주의 의중은 다수의 ‘침묵 유지론’과 소수의 ‘사과 수용론’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형국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입문 4개월에 불과한 정치 신인으로 두루뭉술한 화법에 서투른 윤 후보가 무릎 꿇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정치적 지지여부와 관계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읽힌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막판 보수층 지지를 결집하려는 윤 후보의 광주방문 이후 형성될 민심이 야권 대선후보 결정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