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소리에 쪼르르…공장지대 유기견 살린 ‘1년 우정’ [개st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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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박한솔씨는 출근길 도로 위에서 어린 유기견을 발견했다. 대형 중장비 차량이 달리는 공장지대를 떠도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오른쪽은 구조돼 위생미용을 마친 모습. 박한솔씨 제공

“저는 경기도 화성의 공장지대로 출퇴근하는 20대 직장인입니다. 중장비 차량이 오가는 삭막한 동네인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저를 반겨주는 유기견이 있어요. 도로에 눈이 쌓여 있는데 얘는 안 춥나, 안아 올리면 배가 항상 축축하게 젖어 있더라고요. 몸을 녹이라고 조수석에 앉혀 히터를 틀어주다가 녀석을 내려주고 다시 출근하곤 해요. 처음 만난 게 작년 11월이니까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이렇게 지켜만 보다가 후회할 것 같아서…. 좋은 가족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제보자 박한솔(28)씨-

제보 영상 속 유기견은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겨울비를 맞으며 도로변에 누워있던 녀석은 4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제보자의 차량을 따라 달려옵니다. 부르르, 빗물을 털어내고 운전석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군요. 계절만 다를 뿐 30여개의 제보 영상은 모두 한 가지 장면을 담고 있었습니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 겨울에도 제보자를 향해 달려오는 유기견의 반가운 표정이었습니다. 이름처럼 자그마한 유기견 ‘꼬미’와 직장인 한솔씨의 지난 1년간의 우정을 소개합니다.

"누나, 기다렸어요" 유기견 꼬미가 제보자의 차량을 알아보고 달려오는 모습. 제보자 제공



공장지대 유기견과의 출근길 우정

꼬미와 한솔씨의 인연은 지난해 11월 시작됐습니다. 경기도 화성의 어느 공장지대. 평소처럼 출근하던 한솔씨는 낯선 개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크기는 8㎏ 정도 될까, 새하얀 털을 가진 소형견이었죠. 낯선 개가 얼쩡대자 공장 경비원들은 돌을 던졌고, 녀석은 위험한 도로변으로 내쫓기고 있었습니다.

갈 곳 잃은 유기견은 한솔씨의 출근길에 자주 나타났습니다. 녀석은 차가운 길바닥이나 도로변의 덤프트럭 밑에 숨어 비와 눈을 피했습니다. 그 모습이 딱했던 한솔씨는 자신의 반려견이 먹는 사료와 간식을 유기견에게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배려가 떠돌이 개는 무척 고마웠던 모양입니다. 그 뒤로 녀석은 출근하는 제보자를 매일같이 마중 나왔습니다. 한솔씨의 발걸음 소리, 심지어 승용차 소리를 알아듣고는 100여m 밖에서 달려오곤 했지요. 제보자는 “주인 없는 아이라고 무시당할까 봐 목걸이를 걸어주었다”면서 “이름을 고민하다가 자그마하니까 ‘쪼꼬미’를 줄여서 ‘꼬미’라고 지어줬다”고 합니다.

"누나, 저 춥고 배고파요 ㅠㅠ" 제보자의 차량으로 다가온 유기견 꼬미가 조수석에 올라타 추위를 달래는 모습

공장지대에는 경비견 용도로 데려왔다가 버림받은 개들이 많습니다. 한솔씨는 “4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사 근처에 방치되거나 버려진 개들을 여럿 봤다”면서 “덩치가 커진 개들은 커다란 트럭에 실려 가더라”고 설명합니다. 보다 못해 1년 전 방치된 어미 진돗개와 4마리의 새끼를 구조해 입양 보낸 경험도 있죠. 그 가운데 입양처를 찾지 못한 15㎏의 어미개는 한솔씨가 입양해 14평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한솔씨는 꼬미를 직접 구조하지 못한 채 공장 주변에서 돌볼 수밖에 없었지요.

위태로운 꼬미 구한 리그램 계정의 힘

꼬미의 길거리 생활은 하루하루가 위태로웠습니다. 도로에는 대형 화물차와 중장비가 달리고 있었고, 도로를 가로질러 다니는 꼬미는 언제 사고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중성화하지 않은 수컷답게 꼬미는 에너지가 대단했습니다. 활동반경도 넓어서 한솔씨의 직장에서 10㎞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거나 가끔은 2주일씩 사라질 때도 있었습니다. 꼬미가 며칠씩 나타나지 않을 때면 한솔씨는 “어디서 치여 죽은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웠다”고 합니다.

최근 유기동물이 입양처, 임시보호(임보)처를 찾는 데 가장 유용한 통로는 SNS입니다. 동물이 처한 상황 및 성격, 건강 상태를 사진과 글로 알리면 많은 호응을 받지요. 일부 유기동물 전용 리그램(퍼 나르기) 계정은 팔로어 숫자가 수만 명에 달해 연예인이나 정치인 부럽지 않습니다.

한솔씨도 지난달부터 꼬미의 SNS 입양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길을 마중 나오는 모습, 따뜻한 차량 조수석에 올라타 비에 젖은 몸을 말리는 모습 등을 기록했습니다. 그 모습이 팔로어 2만 명인 리그램 계정에 공유됐는데 7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기다리던 임보 신청도 들어왔습니다.

SNS에 소개된 꼬미의 모습. 계절이 흘러도 변함없이 제보자를 따르는 모습에 많은 네티즌이 응원의 댓글을 남겼다. 제보자 제공

지난 11일, 꼬미는 고단한 떠돌이 생활을 마쳤습니다. 현재는 서울 왕십리의 임보처에서 지내며 입양 신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정한 2살, 꼬미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지난 25일 취재진은 왕십리 임보처에서 꼬미를 만났습니다. 솜사탕처럼 푹신했던 털을 박박 밀었더군요. 꼬미처럼 오랫동안 유기견 생활을 한 경우, 기생충과 진드기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털을 말끔하게 정돈하는 것이 좋습니다. 꼬미는 오랜만에 만난 한솔씨, 그리고 처음 만난 취재진에게도 다가와 안기는 다정한 성격이었습니다.


꼬미의 임보자는 개인 눈썹숍을 운영합니다. 꼬미도 임보자를 따라서 눈썹숍으로 함께 출근하지요. 낯선 사람이 찾아와도 꼬미는 의젓하게 손님을 맞이합니다. 다만 하루에 두어 번 짖을 때가 있는데 꼬미가 산책을 하고 싶을 때라는 신호랍니다. 임보자는 “꼬미는 산책할 때만 끙쉬(배설)를 하고 실내에서는 절대 배설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현재 꼬미는 심장사상충을 앓고 있어요. 일상에 지장은 없어 다행이지만 몇 달간 치료약을 먹어야 합니다.

제보자의 쓸쓸했던 출근길을 함께해온 유기견, 꼬미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쓸쓸한 출근길, 함께해준 2살 꼬미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2살 추정, 8kg 수컷 / 중성화 및 예방접종 x
=잔짖음 없이 다정한 성격.
=100% 야외배변을 해요. 하루 2~3차례 산책 필수
=심장사상충 감염으로 치료약을 먹고 있어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수개월의 치료가 필요해요.


*아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naver.me/IIqu3JCp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PD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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