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승부수…‘박원순표’ 시민단체·TBS 예산 대폭삭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일부 시민단체는 특정인 이익공동체”라고 비판하며 시민단체에 대한 ‘박원순표’ 민간위탁·보조금 예산을 대규모 삭감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보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자신의 시정 구상을 안착시키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다만 시의회·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오 시장이 어느 수준까지 예산안을 관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완패할 경우 남은 7개월 임기동안 손발이 묶인 채 지방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어 오 시장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는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 748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시는 세출 구조조정으로 1조 1519억원을 절감했는데, 이 가운데 박원순 전 시장의 시민단체 지원 사업 예산을 올해 1788억원에서 832억원(46.5%)이나 삭감했다.

오 시장은 “이런 재정 혁신은 특정 시민단체에 집중됐던 특혜성 예산을 줄여 다수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 시민단체가 대표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특정인 중심의 이익공동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케이스가 종종 있다”고 비판했다.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서울혁신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을 언급하며 ‘특정인’의 이니셜을 일일이 거론했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는 원칙적으로 시민의 자율적인 도움을 받아 운영되는 게 본질적인 개념”이라고도 했다.

서울시는 TBS 예산도 올해 출연금(375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123억원이나 잘라냈다. 오 시장은 “독립언론, 독립방송이란 권리·권한과 함께 의무와 책임도 돼야 한다. 재정의 독립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라며 재정자립도가 높은 EBS와 KBS를 언급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TBS는) 독립선언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명실공히 독립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예산을 (삭감) 책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대신 안심소득, 청년취업사관학교, 서울형 온라인교육 플랫폼 ‘서울런’ 등 오 시장의 역점 사업 예산을 대거 확대했다. 일각에선 이중 일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인 시의회는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김인호 시의회 의장은 정례회 개회사에서 “혈세 낭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다만 과정과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며 “오직 시민을 위한 순수한 정책 행보여야지 개인의 셈법에서 나온 정치 행보여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관련 시민단체와 민간위탁법인들은 법적 대응을 하기로했다. 서울사회주택협회,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서울시NPO지원센터 등 서울시가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 중이거나 예고한 민간단체들은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 시민행동’을 이달 말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들은 “변호인단을 구성해 시민사회를 향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에도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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