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다롄(大連)서 살다 왔어요” 중국동포 살린 한마디 [아살세]

서울 강동경찰서 천호지구대 소속 최욱 순경. 경찰 제공

지난달 10일 오전 11시쯤, 한강으로 젊은 여성이 걸어 들어가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서에 접수됐습니다.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한 인근 지구대 순찰팀원들은 광진교 인근에서 무사히 20대 여성 A씨를 구조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힌 것입니다. 중국동포인 A씨는 한국어나 영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했습니다. 가족에게 인도하기 위해서라도 소통은 필수인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그때 지구대 막내인 최욱(32) 순경이 나섰습니다.

고교 시절 3년 정도 중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던 최 순경은 유창한 중국어로 A씨의 신원을 파악해 A씨의 어머니를 불러 인계했습니다.

이대로 상황이 종료되는 듯했지만, A씨의 극단적 행동은 또다시 이어졌습니다. 지구대 밖에서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인 A씨가 이번에는 도로로 뛰어든 것입니다. 무사히 귀가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구대 밖에서 지켜보던 최 순경과 경찰관들은 다시 A씨를 구해 지구대로 데려왔습니다.

최 순경은 A씨로부터 “어머니와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고 사촌 언니와는 좀 마음을 터놓고 지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A씨의 사촌 언니를 불러 A씨를 귀가시켰습니다.

하지만 위기상황은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로부터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오후 5시쯤, 한강으로 A씨가 걸어 들어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상황이 계속 도돌이표를 찍자 최 순경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A씨를 진정시키기로 했다고 합니다. 최 순경은 물에 몸이 반쯤 잠긴 A씨를 향해 “중국에서 왔어요? 나도 다롄(大連)에서 2년 살다가 왔어요. 일단 진정하고 우리 얘기해봐요” “물에 있으면 추우니 나와서 얘기해요”라며 쉴 새 없이 말을 걸었습니다. 적극적인 최 순경의 대처에 마음이 진정된 A씨는 이내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A씨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역 정신건강센터와 연계해 A씨를 응급 입원시켰습니다.

올해 2년 차 경찰인 최 순경은 언론에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순찰팀 팀원 모두가 함께한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안심을 주고 동료들에게 든든함을 주는 경찰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절박한 순간, 온통 낯선 언어의 물결 속에서 들려온 모국어는 중국동포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을까요? 이런 작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한번 더 삶에 희망을 품게 하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이예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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