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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페이퍼컴퍼니 단속하자…입찰업체 40% ‘뚝’


최근 서울시의 관급공사를 수주한 A건설사는 토목건축공사업 등록기준에 따라 법정 기술자 11명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런데 실제 근무자는 2명뿐이었고, 나머지 9명은 A사가 건설업을 시작한 2015년부터 회사에 근무하거나 급여를 받은 사실이 없었다. 이들의 정체는 지방의 개인 화물차주나 철물점과 부동산 사장이었다. 관급공사 수주를 위해 유령 기술자들을 끼워 넣은 것이다.

서울시는 ‘벌떼 입찰’용 페이퍼컴퍼니를 일제 단속한 결과 1년간 입찰 참여 업체가 40%나 줄어들었다고 10일 밝혔다. 벌떼 입찰은 마치 하나의 식당이 여러 상호로 배달 장사를 하는 것처럼 한 회사가 유령회사를 여러 곳 만들어 입찰하는 방식이다. 이런 행위는 지난 6월 광주 해체공사장 붕괴사고 같은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부터 754곳(10월말 기준)의 서울시 발주 공사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부적격 업체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226개의 건설업체 중 43개의 부적격 업체를 적발해 영업정지 23곳, 등록말소 2곳, 과태료 등을 3곳에 처분했다. 15곳은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히 시 발주 공사 1순위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통해 페이퍼컴퍼니 여부를 확인하는 사전단속을 대폭 강화했다. 페이퍼컴퍼니로 드러나면 계약을 즉시 중단했다. 그 결과 입찰 참여 업체가 과거보다 40%가 줄어들었다. 그동안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의 절반 가까운 수치가 페이퍼컴퍼니였던 셈이다.

단속은 건설회사 사무실을 방문해 제출서류를 검토하고 기술자 등의 실제 근무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B건설회사 소속의 한 건축 특급기술자는 건강·고용보험에 가입됐고 급여도 지급됐었지만 출입국 기록을 따져보니 미국 체류자였다.

C건설회사의 경우 시가 사무실에 기술자가 없는 사실을 확인하자 “충남 당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상통화로 확인하니 “집에서 쉬고 있다”고 실토하는 등 관급공사를 ‘눈먼 돈’으로 여기는 사례가 속출했다.

서울시는 이처럼 공사 현장 안전을 저해하는 페이퍼컴퍼니 단속을 위해 안전총괄실에 ‘건설업지도팀’을 신설했다. 한제현 안전총괄실장은 “페이퍼컴퍼니는 건설업의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자사 이익만을 위해 불공정 하도급을 남발해 건설 공사의 품질을 떨어뜨린다”며 “부실시공으로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만큼 강력한 단속으로 이를 근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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