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친환경 뽀글이’? 패션업계가 말하지 않는 것 [에코노트]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플리스 재킷 홍보 문구(왼쪽). 언스플래시 자료 이미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요즘 같은 때, 모직 코트나 패딩보다 이 옷에 더 손이 가곤 합니다. 간절기 필수 아이템이 된 ‘뽀글이’, 바로 플리스 재킷이죠.

플리스는 가볍고 따뜻하고, 관리하기도 쉬워서 인기인데요. 최근에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플리스가 등장하면서 ‘친환경 패션’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버려진 페트병을 녹여서 실을 뽑아 옷을 만든 건데, ‘페트병 00개가 쓰였다’는 문구를 보면 어쩐지 지구를 위해 꼭 사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패션업계의 대세가 된 ‘재활용 뽀글이’, 정말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요?

결국 ‘플라스틱 옷’… 피할 수 없는 미세플라스틱
게티이미지뱅크

플리스(fleece)는 본래 양털을 뜻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플리스는 양털과 촉감이 비슷한 ‘폴리에스터 플리스’죠.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에 인공적인 보푸라기를 일으켜서 보온성을 높인 소재로, ‘페이크 퍼(인조 털)’가 주목받을 때 양털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이제는 양털보다 인기가 많아져서 의류를 포함해 다양한 제품에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플리스는 대부분 100%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집니다. 지난 [에코노트] 기사에서 다뤘듯이 이런 합성섬유는 세탁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합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옷을 만들었다 해도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동물 학대를 막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생산 과정은 친환경일지 몰라도, 제품이 쓰이고 버려지는 과정까지 친환경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겁니다.

게다가 플리스 원단은 조직이 성기게 짜여 있어서 세탁 시 다른 소재보다 많은 미세 섬유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계 최초로 버려진 페트병을 모아 플리스 재킷을 만든 P사는 2016년 연구에서 플리스 재킷 하나를 세탁할 때 평균 1.7g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걸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은 플리스 재킷 5개를 비교했는데, 한 제품에서 빠져나오는 합성섬유는 25만개 정도로 추정됐습니다.

(미세플라스틱 줄이는 세탁법 있을까? 기사 보러 가기 ▶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040453&code=61121711)

‘지속가능한 패션’ 딜레마… 리사이클 제품 주의할 점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플리스 재킷을 출시한 아웃도어 브랜드 N사 이미지.

물론 폐플라스틱으로 플리스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면서 티셔츠, 신발, 운동복, 가방 등 다양한 리사이클링 제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너도나도 친환경 마케팅을 내세울 때 소비자는 더 냉철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했다’고 광고하는 제품을 구입할 예정이라면 아래 5가지 사항을 꼭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세탁을 자주 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인가.
② (세탁해야 한다면) 소재가 탄탄하고 직물의 짜임이 촘촘한가.
③ 수영복이나 운동복처럼 특수한 기능이 필요한 제품인가.
④ 재활용 폴리에스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나.
⑤ 판매 브랜드가 환경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세탁을 자주 해야 하고, 짜임이 느슨해서 섬유가 쉽게 떨어져 나온다면 당연히 미세플라스틱도 많이 배출할 겁니다. 신축성이나 방수 등 특수한 기능을 위해 폴리에스터를 꼭 써야 하는 제품인지, 천연소재로 된 대체품이 있는지 따져보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또 ‘리사이클링 제품은 미세플라스틱을 유발하지 않는다’거나 ‘기존 폴리에스터와 다르다’는 식의 오해를 유발하는 광고도 주의해야 합니다. 브랜드가 일시적으로 친환경 마케팅을 하는지,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지 지속해서 지켜볼 필요도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의류는 그 자체로 재활용이 어려워서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말이 애초에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강조하는 ‘자원 순환’은 한 두 차례 재활용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산부터 수거까지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플라스틱병을 모아 새 옷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옷을 수거해 또 다른 제품을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패션업계가 정말 지구를 지키고 싶다면 신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이미 출시한 의류를 관리·수선해 오래 입도록 하는 서비스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세탁 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소비자가 듣고 싶은 건 ‘이 옷에 플라스틱병이 몇 개 들어있다’는 말보다 ‘이 플라스틱이 결국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답이니까요.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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