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의 쓴소리 “與, 후보만 죽어라 뛰어…다들 한가”

“국민의힘과 너무 대비”
“한나라당 천막 당사 떠올려야”
선대위 합류는 선 그어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국민일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17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대비 태세를 가리켜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 절박함이 안 느껴진다”며 경고 메시지를 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원맨쇼’에 머물 뿐, 당 차원의 효율적인 선거 지원 전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질타였다.

양 전 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모임 비공개 간담회에서 “저쪽(국민의힘)과 너무 대비된다”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박함, 절실함이 안 느껴진다”고 말했다고 동석했던 신현영 의원이 전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1시간20분 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민주당 내부를 향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양 전 원장은 이성복 시인의 시 ‘그 날’의 한 대목인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문구를 소개하며 “우리 당 현실을 한 마디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의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누구는 외유 나갈 생각 하고, 아직도 지역을 죽기 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며 “대선이 넉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유유자적 여유 있는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때 보고 처음”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며 “탄식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마음속으로 다음 대선, 다음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 단체장 자리를 계산에 두고 일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 20대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 소개를 받으며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도 매섭게 비판했다. 그는 “희한한 구조, 처음 보는 체계다. 매우 우려스럽다"며 고충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지만, 권한과 책임이 다 모호하다.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를 못 갖춘 비효율적 체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특기와 전문성 중심의 전진배치가 아니라 철저한 선수 중심의 캠프 안배 끼워 맞추기”라며 “천금 같은 한 달의 기간을 인사안만 짜다가 허송했다”고 맹폭했다.

양 전 원장은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 당사를 하던 마음으로,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핵심 측근들과 선대위 핵심 멤버들이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몇 명은 정치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후보 중심으로 키를 틀어쥐고 중심을 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 하면 승리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당 전체가 ‘해현경장(解弦更張·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조임)’해야 겨우 이길까 말까”라며 “현재 우리 당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중요한 분수령이다. 앞으로 서너 주가 향후 석 달을 좌우한다. 그 석 달이 향후 5년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민주당이 할 일에 대해서는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 전열을 정비하고 비장하게 마음을 먹으면 우리 당이 저력이 있고 국회의원 170여명과 광역·기초 조직과 기반은 훨씬 탄탄하다”며 “향후 서너 주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3주 내 변화 없이 뒤집기 어려워
양 전 원장은 민주당이 현재 중도층 확보 전략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보 확정 후에는 과감한 중원 진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우리 쪽 의제는 전혀 중도층 확보 전략이라 보기 어렵다”며 “두세 주 안에 이런 문제를 궤도 수정하지 않으면 지금 지지율이 고착되기 쉽고 그러면 판을 뒤집기 쉽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대선 이후 과제에 대해서는 “단 5년 만이라도 정치적 휴전을 하고 초당적 협력 실험을 해야 한다”며 “우리가 집권해도 통합형 협치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의힘이 집권할 경우 더더욱 그렇다”며 “범진보가 190석인데 계속 대결적 정치 구도로 가면 그쪽은 식물 대통령, 식물 정부가 되기 십상”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양 전 원장은 이 후보 선대위 합류설에는 “굳이 내가 꼭 나서야 하냐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 후보와 소통 중이냐는 질문에는 “자주 연락하고 있다”며 “후보와는 나도 이런저런 필요하다 싶은 건의나 조언을 드리고, 후보도 답답한 게 있으면 내게 연락주고 한다”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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