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종전선언’ 언급 안했다…文정부 ‘외교 레임덕’ 우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외교차관 회담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뒤 우리 정부는 “한반도 종전선언 관련 소통과 공조가 빈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며 종전선언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회담에 앞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한·미가 (종전선언) 방법론에 대해 이견 없이 합의하고 조만간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측이 회담 후 아예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양국이 여전히 종전선언의 순서·시기·조건 등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종전선언의 세부 사항을 둘러싼 한·미의 이견을 조율하기에는 문재인정부의 남은 임기가 너무 짧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정권의 ‘레임덕’이 종전선언 추진의 걸림돌 중 하나라는 진단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은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종전선언이 가능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이중기준’ 철폐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본질적 문제’에서 한국과 이견이 있는 것”이라며 “임기 말 이런 본질적 부분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동맹국 관리 차원에서 종전선언 논의에 성의를 표하되 명확한 찬반 입장 표명은 미루며 문재인정부의 남은 임기를 ‘관리’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도 종전선언에 마냥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노무현정부 임기 말 합의한 ‘10·4 남북공동선언’이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휴짓조각이 되는 것을 경험한 만큼, 북한이 종전선언에 동참하는 데 있어 문재인정부의 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제 임기가 시작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사실상 임기가 없다”며 “문 대통령만 임기가 막바지라 다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의 레임덕은 한·일 관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당장 마련하기보다는 한국에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안보 부문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다음 달 2일 예정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전환의 타임라인을 명확히 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은 “(수립된) 계획을 조정하며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이미 전작권 전환 연기를 시사한 상태다.

전작권 전환과 함께 자주국방의 일환으로 추진한 핵잠수함도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해 임기 내 실현은 물 건너간 것으로 평가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한해서 여야 대선 후보를 만난 것 자체가 정권의 레임덕을 단적으로 보여준 행보”라며 “큰 틀에서 대외정책은 대내정책보다 상대적으로 레임덕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김성훈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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