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날아가는데 코스피는 ‘박스권’… 왜 이렇게 차이나나

10여년간 코스피 괴롭혀온 ‘박스피’ 재현 우려
전문가들 “승자독식 구조 증시가 문제”
“은퇴까지 10년 이상 남았다면 무조건 미국에 투자하라”


중국 헝다 그룹의 파산 위기와 글로벌 긴축 기조로 3000선을 반납한 코스피가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한국 투자자들을 괴롭혀온 ‘박스피’가 다시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미국 증시는 바람직한 ‘우상향’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도 거듭 신기록을 경신하는 모습이다. 성장주 위주의 나스닥, 우량주 위주의 S&P 500 등 주요 지수 모두가 선방 중이다.

왜 미국과 한국의 증시 추이가 이렇게 다른 것일까. 물론 미국이 세계 경제 패권을 쥐고 있는 만큼 신흥국에 속하는 한국이 미국만큼의 성장률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간 한국 기업들이 보여온 발전을 고려했을 때 종합주가지수가 박스권에 장기간 갇혀있는 현상을 쉽사리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승자독식’ 구조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정성진 KB국민은행 PB팀장은 “과거에는 코스피를 이끌어가는 ‘대표 기업’이 10%정도 됐다면, 현재는 2~3%에 불과하다”며 “이 때문에 나머지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부실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 증시는 자동차, 반도체 등 소수 업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대외 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섹터”라며 “글로벌 환경 변화로 이 업종들이 타격을 받으면 지수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소수 기업을 중심으로만 수익이 늘어나니 그들의 주가는 올라가겠지만 다른 수많은 회사들의 주가는 그만큼 내려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종합지수라는 것은 한 국가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과거 산업(조선·철강 등)은 물론 미래 산업(반도체·IT 등)도 중국에게 추격당하고 뺏기는 신세”라며 “미래의 한국은 중국에게 포텐셜을 뺏길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반영돼 지수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면 20년 넘게 횡보 중인 일본 증시의 뒤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다.

긴 세월의 ‘박스피’ 시절을 경험해온 투자자들은 장기투자의 정답이 미국 증시에 있다고 믿는다. 특히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등 기술 발전으로 해외 시장 투자가 한결 쉬워진 지금, 투심의 상당부분이 해외 증시로 이동한 상황이다. 실제로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미국 시장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만 꾸준히 적립식으로 매수해줘도 은퇴할 때쯤에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논리가 정설처럼 퍼져있다.

김 팀장은 이에 대해 “은퇴가 10년 이상 남았다면 무조건 수익을 볼 수 있는 ‘필승 전략’”이라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메타버스, NFT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쳐지는 산업 대부분이 미국에 분포한 만큼 미국 증시는 꾸준히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머징마켓(신흥국 시장)에 투자를 하더라도 무조건 미국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인도 등 국가에 투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해외 시장에 투자를 할 때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 팀장은 “미국 시장의 전망이 밝은 것은 맞지만 지금은 팬데믹발 유동성이 불어나 증시가 짧은 시간 내에 과도하게 오른 상황”이라며 “테이퍼링 등 금융정상화 작업이 본격화되면 증시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조정이 몇 년이나 걸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00년대 초반 미국의 IT기업들이 연쇄도산하며 발생한 ‘닷컴 버블’ 사태 때는 나스닥 지수가 폭락해 10년 넘게 당시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김 교수도 “국내 시장에 비해 해외 시장은 정확한 기업 정보를 알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며 “정보격차에 의한 리스크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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