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컵 씻는 물·세제도 환경오염 아니냐고요? [에코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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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시고 가면 머그잔에 담아드려도 괜찮을까요?”

‘위드 코로나’로 카페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자취를 감췄던 다회용컵이 다시 돌아오고 있죠. 환경부는 최근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과 함께 커피업계에 일회용컵 사용을 자제하도록 협조를 구했는데요. ‘코로나19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원하면 다회용컵을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환경을 위해 다회용컵을 쓰자고 이야기할 때 곧잘 따라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컵 씻을 때 들어가는 물이나 세제를 생각하면 결국 일회용컵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물음이죠. 플라스틱이 나쁘다는 건 알지만, 설거지로 생기는 폐수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 같은 질문의 답을 찾는 연구가 다수 이뤄졌는데요. 일회용컵과 다회용컵의 친환경 성적, [에코노트]가 비교해드립니다.

플리스틱컵 온실가스 배출량, 1년 뒤 텀블러 21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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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300㎖ 용량 텀블러, 플라스틱 컵, 종이컵에서 나온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했습니다. 텀블러를 씻을 때 사용하는 물의 양도 온실가스 배출량에 포함해 계산했죠.

그 결과 제조·사용·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총량은 텀블러가 671g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플라스틱컵은 52g, 종이컵은 28g에 불과했거든요.

그런데 텀블러와 일회용컵을 매일 1번씩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금세 반전이 일어납니다. 텀블러는 매일 설거지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1g)만 더하면 되지만, 일회용컵은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아서 제조·폐기 시 나오는 온실가스를 매번 더해야 했거든요.

결국 2주 뒤에는 플라스틱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텀블러보다 많아지고, 1개월 뒤에는 종이컵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텀블러를 넘어서게 됩니다. 탄소발자국을 비교해볼 때 시간이 지날수록 텀블러보다 일회용컵의 탄소발자국이 빨리 늘어나는 구조인 거죠.

6개월 후 플라스틱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텀블러의 11.9배, 1년 후에는 21배를 기록했습니다. 종이컵은 6개월 뒤 텀블러의 6.4배, 1년 뒤 11.3배로 나타났습니다.

세라믹 머그잔 vs 텀블러 비교…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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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2014년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회용 종이컵(플라스틱 뚜껑 포함)과 세라믹 머그잔, 텀블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것이죠. 텀블러는 소재별로 ① 스테인리스 ② PP ③ PC로 나누었는데, 이때 뚜껑과 손잡이는 모두 PP 소재라고 설정했습니다.

연구진은 1년간 식당에서 매일 커피 한잔을 마신다는 전제로 기후 변화, 인간의 건강, 생태계의 질, 자원, 물 소비량 등 5가지 항목을 분석했습니다. 설거지로 인한 영향은 ‘생태계의 질’과 ‘물 소비량’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세라믹 머그잔은 210회 이상 재사용해야 ‘일회용컵보다 친환경’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220회, PC소재 텀블러는 110회, PP소재 텀블러는 50회 이상 재사용해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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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생태계의 질’ 항목에선 다회용컵이 일회용컵보다 낫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를 측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생태계의 질은 물·토양 오염 등을 포함하는데, 다회용컵은 필연적으로 세척이 필요하니까요. 이는 몇 번을 재사용하든 마찬가지입니다.

‘물 소비량’은 설거지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는데요. 텀블러는 머그잔과 달리 식기세척기를 사용할 수 없어서 더 많은 물과 비누가 소모됐습니다. 연구진은 텀블러를 손으로 씻을 때 뜨거운 물 3ℓ, 비누 2g이 쓰인다고 추정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재사용 횟수’뿐만 아니라 ‘세척 방법’이었습니다. 연구진은 “텀블러를 비누 없이 찬물로 세척하면 환경 영향이 세라믹 머그잔과 거의 동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뜨거운 물 대신 찬물로, 세제를 소량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개인이) 여러 개의 텀블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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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6개월마다 교체해야 한다는 논쟁이 있었는데요. 전문가들은 스테인리스 자체가 녹슬기 어려운 재질이라서 사용기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합니다. 내용물이 새거나 오염이 생겨서 지워지지 않는 경우에만 바꿔주면 된다는 거죠.

‘다회용컵을 써도 환경이 오염된다’는 건 일견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그렇다고 재활용도 거의 안 되고, 자연에 오래 남아있는 일회용컵이 대안이 될 수는 없겠죠. 물을 아끼고 세제는 적게 쓰기. 텀블러를 구입했다면 잘 관리해서 오래오래 사용하기. 코로나19 때문에 다회용컵 쓰기가 꺼려진다면 개인컵 꼭 챙기기. 당연해서 잊기 쉬운 작은 실천 방법,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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