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탈 경찰, 피 보고 119 부르러 갔다더라” 분통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층간소음 갈등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 가족이 현장에서 부실 대응 논란을 빚은 경찰을 만나 현장 이탈 이유 등에 대해 물었으나 “119 구조요청 차원이었다” “트라우마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가족은 20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구대에 가서 현장에 출동했던 여자 경찰관을 만났다”며 “(현장 이탈 이유와 관련해) 여경은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고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 솔직히 그 뒤 (대응에) 대한 생각은 나질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경찰은 현장을 이탈한 이유로 ‘119 구조 요청’을 언급했다고 한다. 피해 가족은 “여경이 40대 여성이 찔리는 것을 본 순간 생명과 직결됐다고 생각했고, 이런 상황에선 피해자 구호가 먼저라고 학교에서 배워 119 구조 요청을 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1층으로 내려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피해 가족은 “‘현장 이탈 이후 20대 여성이 홀로 남게 돼 가해 남성에 의해 2차 피해를 볼 수 있을 거란 염려가 없었냐’고 질문했고 여경으로부터 ‘40대 여성에 대한 생각뿐이어서 그렇게 행동을 했고, 그게 최선의 방법이자 최선의 구호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가족은 여경이 1층으로 내려간 이후 비명이 났음에도 경찰이 곧장 가해 남성을 제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다. 피해 가족에 따르면 이 여경은 “피를 보고 구조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일이자 처음 겪는 상황이라 그 장면만 계속 떠오르면서 트라우마가 생겼고, 그 뒤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 측은 “여경으로부터 현장 대응 관련해 답변을 듣긴 했으나 미흡한 대처로 결국 우리 가족이 다쳤다”며 “가족은 엉망이 됐고, 피해자 1명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미흡한 대처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며 “엄중 처벌을 해 달라”고 덧붙였다.

현재 경찰은 사건 가해 남성인 A씨(48)를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 1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의 한 빌라 3층에 사는 40대 여성 B씨와 60대 남성 C씨 부부, 자녀인 20대 여성 D씨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은 상태고, 경찰이 현장을 이탈한 이후 A씨와 스스로 맞섰던 C씨와 D씨는 얼굴과 손 등을 찔렸다.

A씨는 지난 9월 피해 가족이 거주하는 빌라 4층에 이사 온 이후 3층에 거주하는 피해 가족과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다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당일인 15일 낮에도 가족의 신고로 경찰 처분을 받고도 또다시 가족을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인천경찰청은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송민헌 인천경찰청장은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인천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대해 피해자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며 “현재까지 자체 확인 조사된 사항을 토대로 추가 철저한 감찰조사를 통해 해당 직원들에 대해 엄중히 그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경찰관들은 대기발령 조치된 상태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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