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임대차법+전세대출규제, 오락가락 전세대책에 ‘월세화’ 가파르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한국 고유의 주거 형태인 ‘전세 제도’가 소멸할 방식과 시기는 여전히 논쟁 대상이다. 분명한 건 정부정책으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을 시행하면서 월세 비중이 크게 늘었다. 최근 전세대출 규제 논의로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정책 부작용으로 오른 집값이 전세, 월세 시장에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 규제 하나를 놓고도 갈팡질팡하며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20일까지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 거래, 12~240개월치 거래, 240개월 초과치 거래 모두 포함)은 5만6169건으로 1~11월 기준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0~11월 거래량 집계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지난해 1~11월 월세 거래량(5만4965건)을 넘어섰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전세의 월세화는 예견된 일이다. 지난해 7월 말에 새 임대차법을 도입하면서 월세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저금리 때문에 전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집 주인들이 대거 월세를 낀 임대차거래로 전환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전세 소멸에 속도가 붙는다는 경고에 대한 반박으로 ‘전세는 비정상적 제도이며 월세로 교체되는 게 정상적’이라는 이른바 월세 정상론도 나왔었다.

어떤 해석을 하든 간에 월세 거래가 증가한다는 전망에 차이는 없었다. 실제로 지난해 월세 거래 비중은 역대 최대를 찍었다. 1~11월 기준으로 전체 월세 거래는 2011~2012년 2만5000건 수준이었다가 2013~2014년 3만건 규모, 2015~2019년 4만건 수준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5만건 규모를 넘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새 임대차법으로 보증부월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소유자 조세부담이 전가됐다. 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으로 돌아가거나, 공급을 확대하는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정부가 전세대출 규제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다. 집값이 계속 과열되고, 가계대출이 늘면서 전세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대출 규제 강화라는 군불을 떼자 시장은 더 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것으로 진단한다. 중산층과 서민층이 비교적 많은 서울 금천구의 경우 올해 아파트 월세 거래량(2018건)이 지난해 같은 기간(504건)의 4배에 달했다. 금천구는 서울 25개구 중 유일하게 월세 비중(59.1%)이 전세 비중(40.9%)보다 높았다.

월세화 현상이 필연적이라고 해도 정부가 높아지는 주거비 부담을 해소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주거비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자 전월세 전환율을 하향 조정했었다. 이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마저 보이지 않는다. 아예 원인 진단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매매가격이 오르면서 임대가격 상승이 따라왔고, 집주인 입장에서 시장 여건이 전세보다 월세에 유리하게 재편된 게 (주거비 부담의) 원인”이라며 “지금은 거꾸로 전세 제도가 집값에 영향을 줬다고 진단하는 상황이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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